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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낭비 2019-10-04 08: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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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사극만을 그것도 꼭 일주일에 한편 만을 보기로 스스로에게 약속을 해놓고 엉뚱하게도 요즘 배가본드(vagabond)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테러로 인해 비행기가 추락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이 동분서주하는 내용이다. 3회에서 이 주인공을 살해하기 위해 고용된 청부살해업자 Angel of Dead라는 여인이 등장한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살벌한 여인이다.


여기서 내가 드라마 이야기를 할 건 아니고 이 ‘죽음의 천사’라는 말이 흥미롭다. ‘죽음과 천사’, 절대 어울릴 수 없는 두 단어의 조합이 흥미롭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수사법이 있고, 이런 수사법을 모순(당착)어법이라고 한다.  천사라는 말을 조합해 죽음에 대해 더 끔찍한 느낌을 받게 하는 수사법이다. 말하자면 서로 모순되는 두 단어를 조합해 효과를 최대화시키는 수사법이라는 것이다.


‘달콤살벌한 관계’라는 말도 그렇고, ‘공공연한 비밀’이나 ‘정중한 무례’라는 말도 그렇다. ‘귀를 먹먹하게 하는 침묵’이나 나를 지칭하는 ‘똑똑한 바보’라는 말도 그렇다. 영어로는 oxymoron 이라고 한다. 예리하다거나 똑똑하다라는 말을 의미하는 oxy와 우둔함을 뜻하는 moron이라는 두 단어가 결합해서 만들어 낸 합성어다. ‘민간인의 죽음’이라는 말도 악시모론이 될 수 있는데 이는 군인들이 죽고 죽이는 전쟁터에서 애꿎게도 민간인이 죽었기 때문에 악시모론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성경에서의 악시모론을 찾아보자면 ‘거룩한 낭비(마 26:6~13, 막 14:3~9, 요 12:1~11)’나 ‘자유케 하는 멍에(갈 5:1~7)’나 ‘자유케 하는 죄인(갈 3:13,14)’이라는 말이 그것이다. 식사 중인 예수님의 머리에 값비싼 향유를 들이 부은 사건이 있다. 요한에 의하면 거기에 나사로, 마르다, 마리아 세 사람이 와 있어서 마르다가 수종 들고 있는 사이에 마리아가 향유를 부은 것이었다(요 12:1~3). 이 사건을 해석하는 대개의 사람들은 모두가 제목으로 ‘거룩한 낭비’라고 하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예수님께서는 꽤 놀랄 것이었을 거라고 짐작이 된다. 사실 놀라긴 옆에 있던 제자들이 놀랬다.
놀램을 넘어 화를 버럭 냈다. 이때 화를 낸 유다의 모습이 한심스럽다. 왜냐하면 그가 가난한 사람들을 핑계하고 있지만 사실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은 재정 담당으로서 돈궤를 맡고 있었는데 거기 넣는 것을 수시로 따로 착복하고 있었으므로 그 구멍을 메우려는 엉큼한 속셈이었다(요 12:4~6). 그런데 예수님은 호들갑을 떠는 제자들을 질책하고 도리어 마리아를 칭찬하셨다.


마리아의 타산을 초월한 최대한의 사랑은 주님의 사랑에 우리가 어떻게 보답해야 하는가를 모범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러므로 이는 전혀 낭비가 아니다. 거룩한 낭비나 거룩한 지출이 아니라는 것이다. 굳이 거룩을 제목으로 하자면 거룩한 희생, 거룩한 헌신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거룩한 낭비’라는 말을 선호하는 것은 바로 악시모론이 주는 효과 때문이 아니겠나 싶다.


나는 해마다 남 아메리카 지역 국가들로 해외 단기 선교 사역을 나간다. 숙식은 교회에서 부담하지만 항공 요금은 각자 부담이어서 약간의 지출이 생긴다. 그러나 항공료보다는 열흘 동안 공사를 못하게 되고, 그로 인해 생기지 못하는 수입은 항공료의 몇 배가 된다. 그래서 처음엔 아내가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가 먼저 나서서 가라고 등을 떠민다. 가서 전하는 복음도 복음이지만 내가 받고 오는 은혜와 감동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는 이걸 거룩한 지출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제는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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