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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된 옹기장이가 아쉽다” 2020-03-21 11: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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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이다.
만원 시내버스에 어르신 세분이 올라오셨다. 동네 잔치에서 한 잔 했다며 횡설수설 하신다. 한 어르신이 버스 안을 휙 둘러보시더니 좌석에 앉은 K고교 학생을 바라보고 소리를 지른다.
“야, 어르신들이 올라오면 발딱 일어나야지 안 그래 ?”
거친 목소리다. 지나치다 싶었다. 때 아닌 날벼락을 맞은 K고교 학생이 어리둥절하다가 얼굴을 창 쪽으로 돌려 묵묵히 창밖을 바라본다. 어르신은 손자 같은 그 녀석의 태도에 기가 막힌 표정이다. 서로가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어르신은 승객들의 동의를 구하는 듯 버스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지만 모두가 강 건너 불 보듯 반응이 없다. 내 일이 아니면 관여하고 싶지 않은 것이 세정(世情)이다. 어르신은 한심한 듯 푸념을 하기 시작한다.
“요즘 애들 다 저 모양이야. 세상이 망조가 든 게야. 우리 어렸을 땐 안 그랬지! ”
그는 버스 천정 손잡이를 붙들고 연신 몸을 가누지 못해 흔들거린다. 그 학생 바로 옆에 서있던 군인 아저씨가 그 학생을 타이른다.
“학생, 그러면 안 돼지, 어서 일어나! ”
그리고 그 학생 무릎에 올려놓은 커다란 책가방을 집어 든다.
“아이 참 내, 더러워서 일어나야겠네. 여기가 경로석도 아니고 재수없게.”
어르신과 군인 아저씨에게까지 모멸당한 분노가 폭발한것이다. 씩씩거리고 벌떡 일어났다. 승객들 모두가 사태의 불길함을 예견한 듯 조용하다. 그때 어르신의 손바닥이 그 학생의 뺨을 향해 날아갔다.
“찰싹” 소리가 났다. 드디어 어르신과 학생은 밀치고 당기고 군인 아저씨는 말리고,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그때 마침 버스가 승강장에 멈추었다. 그 학생은 도망치듯 손님들과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모두가 혀를 내두르고 만다.
누가 누구를 탓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도무지 절제가 없는 서로의 감정 처리다.
나이든 어르신이나 그 학생이나 마찬가지다. 요즘 우리 사회는 빗나간 민주화 과정에서 모두 절제가 사라진지 오래다.
날이 갈수록 과격해지는 우리 사회문화 속에 오염되어가는 10대들과 설익은 기성세대가 내노라 하고 빚어낸 해프닝이 아닌가. 경악을 금치 못한다. 나이는 벼슬이 아니다. 권력도 권위주의도 아니다.
오랜 삶의 경륜 속에서 빚어진 보석 같은 지혜가 없는 탓이다. 10대들도 인격이란 것이 있다. 무시당하고 싶지 않다. 이미 성인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런 10대들에게 자극적인 언행으로 그들의 뇌관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된다. 질풍노도와 같은 10대들에게는 기다림과 온유라는 사랑의 지혜로 멈춤이 있어야 한다.
기성세대들은 10대들이 아름다운 질그릇을 빚어낼 수 있도록 숙련된 옹기장이로 거듭나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한 문화 풍토로 만들어가는 지름길이 됨을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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