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뉴스홈 > 신학 전체보기 > 상세보기
프린트
제목
장영일목사 | 사건 중심 구약성서 해설 (58) 2019-05-03 08:16:14
작성인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8. 전력투구하는 야곱의 일생: (6) 두번째 아내 ‘라헬’이야기(b) (창30:1 ~ 31:55; 35:16-20)
앞의 글에서 우리는 미모의 여성으로서 남편(야곱)의 최상급 사랑을 받았으면서도 아기를 낳지 못하는 불명예와 ‘일등 콤플렉스’라는 내면적 고통을 안고 살았던 비극의 여주인공 라헬에 대하여, 그리고 이 불행한 여인 때문에 그 남편되는 야곱도 함께 인생의 쓴 맛을 느끼며 살 수 밖에 없었던 사실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오늘은 이와 같은 아내(라헬)의 쓰디쓴 인생 여정 이야기들 가운데서도 야곱은 물론 오늘날 라헬의 기사를 읽는 모든 성도들에게 시원하고 통쾌한 웃음을 안겨 준, 아마도 성경에 나오는 다수의 유머들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유머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사건 하나를 소개해 보려 한다. 그것은 야곱이 외삼촌 라반의 집을 떠나 모든 가족과 수만 마리의 양떼를 거느리고 고향 땅 가나안으로 돌아올 때 둘째 부인 라헬이 부친(라반)의 드라빔(신상/우상)을 훔친 사건이었다.


라헬이 라반의 드라빔을 도둑질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고대 중동의 풍습에 따라 조상(라반)의 유산을 물려 받게 되는 자손이 그 조상이 섬기던 수호신(守護神)도 함께 물려받기 위한 하나의 절차였을 것이라는 어느 주석가의 해석과는 달리, 유대인 미드라시에 언급된 라헬의 동기는 크게 두 가지였다. 그 하나는 부친 라반의 신앙 개선을 위하여, 즉 라반이 더 이상 거짓신(드라빔/Terafim)을 섬기지 않고 참 하나님을 찾아 섬기게 하려는 데 있었고, 또 다른 하나는, 야곱 일행이 급하게 도주해야 하는 상황에서 라반이 그들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고대의 드라빔은 조선 시대의 ‘명지점(命指占)’처럼 그 주인이 자신의 미래를 점 치는데 사용된 주술적 도구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라반은 그의 사위이자 머슴인 야곱과 자신의 재산의 일부로 간주했던 네 명의 ‘딸들’(창31:26,31,43)과 수 만 마리의 양떼가 갑자기 사라진 사실을 3일 뒤에서야 알아차렸고, 야곱의 행방을 점치기 위하여 드라빔을 찾았으나 이미 그것도 도둑맞은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유대인 미드라시에 의하면 레아와 라헬 외에 그들의 몸종이었던 빌하와 실바도 실은 라반이 또다른 첩에게서 얻은 배다른 딸들이었다(창31:50 참조).


라반은 큰 충격과 적개심 가운데 자신의 잃어버린 재산을 되찾고 도망친 사위를 처형하기 위하여(창31:29) 급히 무장한 기마대를 이끌고 추격에 나선다. 그는 야곱이 자신의 고향인 가나안 땅(헤브론)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므로 야곱이 양떼를 이끌고 도망친 7일 길을 단 하룻만에 주파하여, 마침내 가나안으로 향하는 길목의 길르앗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나 그 전날 밤 꿈속에서 천사장 미가엘이 나타나(미드라시 참조) “너는 삼가 야곱에게 선악간에 말하지 말라” 책망하므로(창31:24,42) 두려운 마음을 갖게 되고, 다만 갑자기 떠나간 사위와 딸들에게 이별의 환송식을 거행할 기회를 주지 않아서 섭섭하다는 말(창31:26-30)로 인사를 나눈 다음, 야곱의 일행 가운데 누군가 자신의 드라빔을 도둑질 하였음을(창31:30) 지적하며, 야곱을 추궁한다. 드라빔을 훔친 일에 대하여 야곱은 알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훗날에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창48:7) 무서운 저주를 무의식 중에 남기게 된다: “외삼촌의 신(드라빔)을 누구에게서 찾든지 그는 살지 못할 것이요...”(창31:32). 미드라시에 의하면, 얼마 후에 발생하게 될 라헬의 때 이른 죽음(창35:16-20)은 이와 같은 야곱의 저주가 실현된 것이었다.


야곱이 지켜보는 가운데 라반은 자신의 도둑맞은 드라빔을 찾기 위하여 첫째 부인 레아의 천막(침실)과 두 여종의 천막을 차례로 수색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라헬의 천막에 당도하였다. 부친의 드라빔을 훔쳐 자신의 낙타 안장(쿠션/방석) 밑에 숨겨 둔 라헬은 라반이 자신의 천막에 들어오게 되자, 그 방석을 타고 앉은 자세로 아빠(라반)에게 다음과 같이 인사를 드리는 것이 아닌가? “마침 생리가 있어 일어나서 영접할 수 없사오니, 내 주는 노하지 마소서...”(31:35). 예상치 못한 라헬의 인사를 받은 라반은 엉겹결에 주저하게 되고,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라헬의 침실을 나오게 된다. 미드라시에 의하면, 라헬의 행동이 수상하여 라반은 다시 라헬의 침실에 들어갔으나 먼저처럼 말없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야곱의 일행 가운데 그 누구도 라반의 드라빔을 훔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게 되자, 야곱은 한층 거센 어조로 라반을 책망하게 되고, 더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한 라반은 그 자리에서 야곱과 더불어 환송의 잔치를 벌일 수 밖에 없었고, 아울러 두 종족 사이의 상호 불가침 수호 조약을 체결하게 된다(창31:43-54).


라반의 드라빔 수색 과정에서 라헬이 보여준 임기응변적 제스처가 성경 독자들에게 재미있는 이유는 라반이 숭배하는 드라빔의 정체와 낙타의 안장(방석)을 깔고 앉은 라헬과 그녀가 한 말의 의미를 연상할 때 분명해진다. 고대 중동에서 섬기던 가정 수호신(드라빔) 우상은 작게는 엄지 손가락만한 크기에서 크게는 갓 태어난 어린아이 모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아마도 라반이 섬기던 드라빔은, 미드라시에 의하면, 갓 태어난 어린 아이의 두개골 크기였으며, 라헬은 이 드라빔(해골)을 낙타를 탈 때 그 위에 까는 안장(방석)으로 덮은 다음 그 방석을 깔고 앉은 자세로 아빠(라반)을 맞이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드릴 수 없는 이유인즉, 자신이 생리(월경) 중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약성경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처럼(겔18:6 등), 고대 중동에서 여성을 가장 부정하게 여기는 기간이 생리 기간이었고, 이 부정(不淨)은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든 생리중인 여성과의 접촉이나 가까이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라반이 숭배하는 거룩한 드라빔이 부정한 여인의 엉덩이 밑에 깔려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모습도 그렇거니와, 생리 중에 인사를 올리는 사랑하는 딸(라헬) 앞에서 홍당무가 된 얼굴로 도망쳐 나와야 했던 사기꾼 라반의 모습 또한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야곱은 형과 부친을 속였으나 자기보다 한 수 위인 외삼촌 라반에게 속았고, 조카 야곱을 속인 라반은 그보다 한 수 위인 사랑하는 딸 라헬에게 속음으로써 인과응보의 원칙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섬기던 신이 부정한 여인의 엉덩이에 깔려있으면서도 신음소리 한번 내지 못하는 가짜 신(神)임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라반의 남은 여생에 대하여는 성경이 침묵하고 있으나, 라헬은 자신의 짧은 인생 가운데 이 영웅적인 제스쳐를 통하여 야웨 하나님 외의 그 어떤 신도 힘 없고 어리석은 거짓 신임을(사44:9-17; 46:5-7) 유머러스하게 증거한 것이다.

 


장영일목사

구약학 Ph. D.
전 장신대 총장
현 성령사관 아카데미 원장

 

 

 

 

패스워드 패스워드를 입력하세요.
도배방지키
 93372289   보이는 도배방지키를 입력하세요.
추천 소스보기 목록
이전글 : 장영일목사 | 사건 중심 구약성서 해설 (57) (2019-04-26 09:33:10)
다음글 : 장영일목사 | 사건 중심 구약성서 해설 (59) (2019-05-10 09: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