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프린트
제목
김세환목사 | 첫 낚시의 비애 2018-08-10 19:26:19
작성인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드디어 그토록 동경하던 낚시배를 탔습니다.  동남부 지방 목사님들과 함께 가족 수련회를 왔다가 의기투합한 목사들이 일을 낸 것입니다.  사춘기 때부터 인생을 살면서 꼭 한번은 해 보리라 마음먹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거대한 “청새치”를 한번 잡아보는 것입니다.  헤밍웨이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수 있는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무게 600 킬로그램 그리고 길이 6~7 미터에 이르는 큰 “청새치”를 한번 잡아보는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타고 있는 배보다 더 큰 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다 한 복판까지 나가서 창같이 긴 주둥이를 가진 놈과 몇 시간 동안 끌어 당기고, 끌려 가면서 사투를 벌이다가 마침내 간신히 놈을 배 위로 끌어올리는 감동을 만끽하고 싶었습니다.  상상만 해도, 전율하는 일인데 드디어 오늘 그 꿈을 현실로 이루게 되었습니다.

 

거의 두 시간 동안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마치 전장터로 나가는 전사처럼, 멋진 자세로 첫 출항에 성공을 했습니다.  낚시줄에 작은 물고기 미끼를 끼워 야심차게 첫 투척을 했습니다. 금방이라도 집채만한 다랑어가 걸려 올라올 것 같았습니다.  침을 꼴깍 삼키며 낚시대를 꽉 잡았습니다. 혹시 내일 조간 신문에 엄청난 고기를 잡았다고 기사에 실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배낚시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복병이 숨어 있었습니다.  뱃멀미였습니다.  갑자기 바닷물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하늘이 노랗게 빙빙 돌기 시작했습니다. 속이 메슥거리고 구역질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잠시 화려한 승리의 순간을 뒤로 미루고 우선은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간단하게 먹었던 아침 샌드위치를 전부 다 변기에 반납했습니다.

 

다소 기가 죽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고통을 참지 못한다면 어떻게 엄청난 대어(大魚)를 낚는 기쁨의 주인공이 되겠습니까?  어느 정도 토악질을 하고 나니 이제 참을만 해졌습니다. 다시 전의가 불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있었던 배의 위치로 돌아가서 낚시대를 다시 한번 굳게 잡았습니다. “바다야, 기다려라. 이제부터 제대로 한번 보여주마!”  이번에는 오징어 미끼를 낚시 줄에 끼워 바다로 던졌습니다.  잠시 후 강한 입질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놈이 미끼를 건드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산티아고”(Santiago) 노인의 상기된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오늘 드디어 일내는구나!” 낚시채를 힘껏 잡아채는 순간 또 다시 구토가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게 뭐야? 정말 모양 빠지게!” 어쩔 수 없이 낚시대를 내려 놓고 다시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간밤에 마셨던 물까지 다 게워냈습니다.

 

원래 계획에 없던 일이 연속으로 일어나자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아직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분명히 상상 이상의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심기일전해서 힘차게 일어섰는데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노란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이리 환한 새 아침에 별들이 등장하다니!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갔는데, 옆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동료 목사가 저에게 한 마디 합니다.  “목사님, 자꾸 어디를 가세요? 저 방금 상어 한 마리 잡았습니다” 흥분해 있는 그를 보면서 “그래, 나도 이제 시작하마” 미소를 짓고 낚시대를 다시 쥐는 순간 또 뱃속이 뒤틀리기 시작했습니다.  뱃속에 누가 숨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세번째 화장실로 달려가 몸서리를 치며 구토를 했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내가 죽어가고 있구나!”

 

장원급제를 포기하고 낙향하는 절망한 선비의 마음으로 선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기름에 범벅이 된 햄버거 냄새 때문인지 또 속이 꿀렁거렸습니다.  “바다가 싫다”는 생각과 함께 체면 불구하고 긴 의자에 대자(大字)로 뻗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지옥같이 긴 시간을 누워서 고통받으며 여러가지 오만 잡생각에 잠겼습니다.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고 불렀더니 “고기 낚는 어부”가 되려 한다고 예수님이 역정을 내시는 것 같았습니다.  인정 사정없이 계속 흔들어대는 바다가 마치 우리 인생의 바다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같이 배를 탔던 김선필 목사가 멀미에 시달리는 저에게 와서 금쪽같은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목사님, 땅을 보지 마시고, 멀리 먼 산을 바라보십시오. 그러면 멀미를 이길 수 있습니다” 그 말이 아주 합리적으로 들렸습니다.  시키는 대로 누워서 창밖 먼 산을 바라보며 고통스러운 배멀미를 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히브리서 12장 2절의 말씀이 떠 올랐습니다.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이이신 주를 바라보자.” 어쩌면 주님이 이 말씀을 나에게 생생하게 가르치시려고 이 배에 승선시키셨다는 황당한 묵상도 해 보았습니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멀미가 많이 진정되었습니다.  귀한 조언을 해준 김 목사가 고마웠습니다.  그가 얼마나 많은 고기를 잡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강한 사람이니까 별의별 고기들을 다 잡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선실 밖으로 나갔습니다.  김 목사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의자에 가만이 앉아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배멀미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갑자기 참았던 멀미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김 목사, 여기서 고통받지 말고 이리로 와서 여기 누워!” 양쪽 의자에 길게 누워서 함께 멀미를 하면서 다짐했습니다.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다시는 배 타지 말자” 그날 알았습니다.  우리는 사람을 낚아야 할 땅의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김세환목사

아틀란타한인교회

 

 

 

 

 

패스워드 패스워드를 입력하세요.
도배방지키
 72902865   보이는 도배방지키를 입력하세요.
추천 소스보기 목록
이전글 : 김세환목사 | 삶을 반추하는 작은 생각들 - “더”와 “덜” (2018-08-03 17:45:58)
다음글 : 김세환목사 | 이놈이, 지금 이세벨을 찾고 있구나! (2018-08-17 16:2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