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 따끈한 호호빵이 생각이 난다. 그런데 요즈음은 냉동 저장빵이라 운치도 없고 추억을 만들지도 않는다. 전에는 폭덮인 무명천 위로 모락 모락 새어 나오는 김이 우리의 마음도 훈훈하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그런 골목길 가장자리의 추억은 나를 순전하게 만들었다. 돌이켜보면 가난하였던 시절의 운치로 이제는 아련한 그림자가 그려진다.


한 젊은 청년이 결혼하고 1살배기 딸이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전 홀로 계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삶을 꾸려가기란 만만치 않은 극빈국가의 현주소다. 그저 일이라 하긴 하지만 일거리가 없다. 그래서 모두들 일을 안하니 일을 하지 않는 것도 별로 마음에 부담이 없어 보인다. 당장 먹을 것도 없는데 없으면 굶고, 있으면 실컷 먹고, 뭐 그렇다고 진수성찬으로 먹는 것도 아니다.

빵 한조각에 따뜻한 차만 있으면 만족이다. 답답한 것은 이런 처지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안쓰러움이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지난 여름에 물려받은 5천불 정도의 가격인 아파트를 팔아 조그마한 땅을 3천불 정도 주고 구입하여 손수 집을 짓는다고 그 한여름 뙤약볕에 흙벽돌을 만들고 있었다. 그래, 그렇케 안간힘을 써봐야지. 그런데 몇 달이 못되어 탈진해서 축 늘어졌다.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측은하게도 일단 일을 중단한 모양이다.

얼마후 흙벽돌이 아닌 시멘트 블록으로 벽면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그 사이 눈이 오고 공사는 중단되고 겨울동안 입주는 언젠가로 변하여 1살 배기 아이와 함께 거처할 지붕조차 없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몸이라도 피할 공간으로 형이 거주하는 다락방에 안착 하였다. 그러나 쉽지 않은 한 지붕 두 가족이다. 이층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가스통이 위치하고 그 옆에 마련한 주방 모습이 내일 떠날 피난집 같다. 그래도 눈이라도 피할 수 있으니 감사해야 할 것이다.

다락방에 웅크려 묵상하는 동안 아래층에 내려 오라고 한다. 아래층은 형이 지내는 공간이다. 그나마 좀 나아 보인다. 훓어보니 밀가루 두 포가 보인다. 긴 호흡을 내쉬며 그래 굶지는 않는구나.

다음 주일에 감자 두 포를 사서 갖다 주었다. 하지만 생활이란 것이 감자와 빵으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다음주부터 감자빵을 만들어 오면 상점에서 파는 가격으로 사 먹겠다고 했다. 그렇게 생활 유지를 하도록 했다. 맛 없어도 사 먹는다. 불편한 감자빵으로 이 추운 겨울을 조금이나마 이기면 좋겠다.

그런데 갑자기 아빠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 귀담아 들어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주에 궁금하여 다시 물어 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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