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의 글을 마치며

고(古) 이동은 목사 사모 이영숙과의 관계

지난 정월 모임의 막대한 비용을 그녀가 혼자서 희사한 것은 나에 대한 끊을 수 없는 어떤 감정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모임을 가질 때 이 사모가 줄곧 내 옆 자리에 앉아 다정하게 시중드는 것을 보면서 그녀의 숨은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모임이 끝나고 회원들이 인사들을 나누고 뿔뿔이 흩어지는데, 나는 혼자서 터벅터벅 돌아가는 이 사모의 뒷모습이 안쓰러웠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가고 있을까. 몹시 쓸쓸해 보였다. 나는 한국에서 강의를 마치고 아틀란타로 돌아와(6월 10일) 며칠 후에 이 사모에게 안부의 전화를 걸었다. 연초에 있었던 L.A. 모임을 회상하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회고의 길을 마치며

내가 세상에서 얼마를 더 살지 모르지만, 이 글을 마치면서, 하나님 앞에서, 나 자신을 평가해 보려고 한다.

첫째, 초두에 말한 대로 나는 억세게 행복한 사람이다. 물질적으로 부자로 산 것은 아니지만 한 번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었고, 돈이 있는 사람들도 가지지 못하는 많은 기쁨과 만족감을 가지고 살았으니 말이다.
아무 재산도 없는 사람이지만 미국 장로교 선교부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두 번이나 미국 유학을 할 수 있었고,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많은 중책(重責)을 맡아 수행하며 보람을 느끼면서 오늘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그러니 남달리 하나님의 큰 은혜와 사랑을 받은 사람으로 하나님께 영원히 감사를 드려야 할 사람이다.

둘째, 나는 결코 수재도 아니고 머리가 좋은 사람도 아니고, 어떤 면으로 보든지 잘난 것이 하나도 없는 평범한 사람, 아니 남보다 오히려 뒤지는 사람인 것을 자인한다. 한 번도 특출나게 남보다 앞서가거나 남들을 lead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그런대로 나를 써주셨다는 것을 깨달으며 고마워할 뿐이다.

셋째, 나는 배운 것도 벌로 없고, 따라서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는 척하는 위선자였다는 생각도 한다. 가식하는 나를 진짜로 무언가 아는 사람으로 알고 오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학문을 주장하고 장려하는데 남보다 뒤지지 않지만, 참으로 학문을 할 만한 재간도, 능력도 없어서, 하는 척 한 것이 나라고 나는 자평한다.

넷째,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 부끄러운 점이 많지만,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로 말미암아 오늘까지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이 시간에 도달한 것을 하나님께 그리고 교회 앞에 재삼 감사한다. <계속>


박창환 목사(전 장신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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