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사역의 미래

그렇다면 난민사역의 미래는 어떨까? 앞서 이야기했지만 난민사역에 있어 골든타임은 난민발생 1년 미만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리아 난민이 발생한지 8년이나 지난 지금은 난민사역의 황금기라 할 수는 없다. 초창기 때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더라면 더 많은 열매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8년 전 난민 발생 초기를 돌아보면, 쏟아져 나오는 난민들을 감당할 아랍어 사역자들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급하게 아랍어 사역자들 찾았지만 쉽게 구할 수 없었고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흘러갔다. 아랍어가 가능한 사람들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짙다.


그러나 아직 기회는 있다. '시리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난민'은 난민 시대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리아 난민이 첫 번째 파도였다면, 두 번째 세 번째 난민파도가 올 가능성이 크다. 조심스럽지만, 난민사역의 미래를 예측해 보는 것은, 우리가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1) 두 번째 파도 : 이라크

이라크의 종교-인종 분포도
두 번째 파도는 아마도 이라크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 북부는 수니지역이다. 쿠르드인이든 아랍인이든 모두 수니파다. 반면 이라크 남쪽은 시아파가 거주하고 있으며 정부군 역시 남쪽에 거주하는 시아파다. 시아와 수니는 살아서는 공존할 수 없는 관계이며, 이슬람 국가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난민은 시아와 수니의 갈등에서 기인한다. 아프가니스탄의 하자라(Hazara) 난민들 역시 시아-수니 갈등의 결과다. 아프가니스탄 최대 종족인 파쉬툰 족으로 구성된 수니파 탈레반이 시아파인 하자라 종족을 탄압하면서 난민들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 이라크의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 수니인 북부와 시아인 남부 정부군이 대립하는 상황 속에서 둘 사이의 군사적 균형을 잡아주고 있던 것이 IS다.

만약 IS가 무너지면, 남부의 시아파 정부군은 북부의 쿠르드를 비롯한 수니파를 말살하려 할 것이다. 서구세계가 IS를 쉽게 없애지 못하던 이유 중 하나가 이 문제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IS가 갑자기 무너지면 정부시아파 군대가 북진하면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것인데, 이것을 감당할 준비가 안 되어있다는 것이다. 시리아 난민사태만으로도 유럽이 홍역을 앓고 있는데, 이라크 난민까지 겹친다면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UN에서는 IS 붕괴 후 발생할 대규모 난민사태를 대비해 이라크 북부 국경근처에 백만 명 규모의 난민캠프를 구축하고 있다. 예산부족으로 아직 진행이 미비한 상태이긴 하지만 말이다. 유엔에서 예산을 투자해서 난민캠프를 건축하고 있다는 의미는, 그것도 백만 명 규모의 어마어마한 난민캠프를 건축하고 있다는 의미는 난민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100%라는 의미일 것이다. IS는 결국 무너진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두 번째 대규모 난민파도가 일어날 것이다.

2) 세 번째 파도 : 사우디아라비아
세 번째 파도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할 조짐이 보인다. 셰일가스(Shale Gas)의 등장으로 반 토막 난 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다. 금융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저유가가 3년 이상 지속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국가부도를 겪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경제가 어려우면 정치 역시 안정적일 수 없다. 2016년 10월 19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투르키 빈 아드 알 키비르 왕자를 살인죄로 사형시킨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로얄패밀리를 사형시켰던 예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민심이 흉흉하다는 의미다.


더욱이 빈 살람 왕자는 현재 세계 정치의 핫 이슈다. 그의 개혁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무도 모른다. 만약 실패한다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엄청난 정치적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고, 성공한다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점차적으로 개방될 것이다. 두 경우 모두 복음의 기회다.


만약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반란이나 국가부도 같은 사태가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사우디아라비아는 단순한 이슬람 국가가 아니다. 수니의 종주국이다. 전 세계 시아-수니 전선의 파워 밸런스를 잡아주는 재정의 상당부분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온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 사우디아라비아가 흔들린다면, 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할 난민뿐 아니라 시아-수니의 파워 밸런스가 깨진다는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는 시아의 반격이 예상되지 않는가? 이슬람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여기저기서 난민들이 발생할 것이다. 이것이 예상되는 세 번째 난민파도다. <계속>


고성준 목사
수원 하나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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