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탈북학생이 주변 기독교인들의 도움으로 미국 '스칼라스틱 아트 앤 라이팅 어워드(Scholastic Art & Writing Award)' 본선에서 최근 금메달(National Gold Medal)을 수상했다. 예술 분야에서 탁월한 10대 청소년을 선정, 시상하는 이 어워드는 1923년부터 시작해 앤디 워홀, 트루먼 카포티와 같은 유명한 예술가를 배출했다.


주인공은 경기도 안성에 있는 베일러국제학교 11학년 이경희양(사진)이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만난 이양은 “하나님이 그림 잘 그리는 재능을 주신 것 같다”며 “상을 받도록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 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그는 “패셔니스트가 되고 싶다. 한복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이양은 탈북학생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서울 표준말을 구사했다. 이유가 안쓰러웠다.


이양은 9세 때 탈북, 초등학교 2학년으로 입학했으나, 평안도 사투리 때문에 학교에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으며 아이들 사이에서 존재감 없이 살았다고 했다. 그래서 서울말을 쓰려고 악착 같이 노력하는 와중에 그에게 힘과 용기를 준 것이 그림이었다. 그가 다니는 교회에 미술반이 개설돼 그림을 배운지 1년여 만에 두각을 나타냈다.


북한에서 화가였던 이양의 아버지는 북한의 어느 회사에 다니며 그림 그리는 일을 했다. 한국 회사로 치면 디자인 담당이었다. 교회 미술 선생님은 이양이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버켄장학회에 이양을 소개했다. 장학회는 1970년 한국전쟁 고아를 돕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장학재단으로 한경직 목사를 비롯 김암, 한영제 장로, 이승하 목사 등이 이사장을 맡아 고아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후원해왔다. 장학회는 이양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고 꿈을 키워주기 위해 베일러국제학교에 연결했다.


현재 70여명이 다니고 있는 베일러국제학교는 기독교 대안학교로 아이들의 소질을 최대한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 이양은 이 학교의 동아리 활동을 통해 본격적으로 미술을 공부하다 올 초 미국에서 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작품을 출품해서 지역 예선전에서 금메달 수상을 비롯, 전국 본선에도 진출해 금메달을 받았다. 이양은 “수상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모두 예수님을 만났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항상 예수님의 사랑으로 돌봐주신 교회, 미술 선생님, 버켄장학회, 베일러국제학교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은 해외로 유학을 가서 영국 유명 패션스쿨인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 패션을 전공, 한복을 디자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에 있을 때 한복을 즐겨 입었어요. 학교에도 한복을 입고 다녔어요. 아마도 그때부터 막연하게 한복을 만들고 싶었던것 같다.”며 그는 “우리 한복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살리고 남한과 북한의 한복을 모두 아우르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