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과거의 전염병 사태 때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국경을 걸어 잠그고 있다. 내부 여건이 당시에 비해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북한이 코로나19 사태를 통치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BBC는 26일 '북한은 코로나19 창궐을 다룰 역량이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한 체제는 감염병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보이며 그들의 의료체계는 코로나19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공중보건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하지만 실상은 끔찍한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랜 국제사회 제제로 경제 기반이 약화돼 일부 병원은 시설 운영에 필수적인 전기와 수돗물조차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열악한 의료체계와 더불어 이미 만성적인 영양실조와 건강 악화에 신음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코로나19는 재앙이 될 수 있다.

북한 당국이 과거 전염병 사태들에 비해 코로나19에 강경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도 악화된 내부 여건 탓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앞서 2000년대 초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4년 에볼라 전염병 사태 때 지금보다 훨씬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의 명확한 치료방법이 개발될 때까지 '국경 봉쇄' 방침을 유지하며 외국인 입국을 막겠다는 현재와 달리 국경을 완전히 막지도 않았고 감염이 확산된 특정 지역으로의 해외 여행만 금지시켰다. 북한은 이미 지난달 31일 해외로 나가는 모든 육해공 통로를 차단했다.
미 NK뉴스는 “북한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태도는 과거 다른 전염병에 비해 세간의 이목을 끈다. 정권 차원에서 이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당국이 자국 내에서 단 한명의 코로나19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진단 검사 역량 자체를 갖추고 있지 못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북한 주재 유럽 외교관계자를 인용해 “북한 정부가 코로나19 검역 기간 동안 평양에서 떠나기를 원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평양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는 항공편을 마련한다는 공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항공편의 정확한 운항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 당국은 평양을 떠날 경우 전염방지 비상대책이 끝날 때까지 돌아올 수 없다고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조치가 수개월 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이 고립을 유지하며 내부 정보를 대외에 숨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북한의 고립을 우려했다. 그는 “북한이 코로나19를 우려해 자체적으로 고립을 심화시키는 것은 올바른 답이 아니다”며 “북한이 국제공동체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정권이 내부적으로 국제 보건 전문가와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제한 없는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퀸타나 보고관은 같은 날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은 자국이 중국과 매우 넓은 범위의 국경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북한은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 없이 홀로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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