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 한국 '코로나19' 계속 보도…인종차별적 피해 우려
미국 내 의료보험 없는 사람 코로나 검사 비용 410만∼420만원
높은 검사 비용으로 숨어 지내는 확진자 많을 우려
한인 마트선 쌀·물·라면·휴지 등 생필품 사재기 현상
모임도 취소…한인 업주들은 “매출 20∼30% 이미 감소” 한숨
미국 내 코로나 확산·한국인 입국 제한 등 공포 확산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하버뷰 메디컬센터의 의료진들이 29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는 사람의 가정을 방문하기 위해 보호장비와 코로나19 검사 장비를 차에 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가 착륙했다. 29일(현지시간)에는 미국에서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워싱턴주에서 나왔다.

인종 차별 걱정에다 미국 내 코로나19 창궐 우려

미국 동부의 한인타운도 코로나19의 폭풍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교민들의 위기감은 복합적이다. 미국 언론들이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보도하면서 혹시나 인종차별적인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미국 의료시스템이 한국보다 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코로나19가 확산될 경우 미국이 한국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워싱턴의 한인 의료전문가는 “미국에서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의 경우 코로나19 검사 비용만 3400∼3500달러(410만∼420만원)에 달하고, 의료보험이 있는 사람의 검사 비용은 1000∼1700달러(120만∼200만원)로 추산된다”면서 “이 돈을 내고 검사를 받을 사람이 얼마나 많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문가는 “높은 검사 비용도 문제지만, 미국 의료시스템이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검사를 기피하거나 숨어 지내는 확진자나 잠재적 보유자가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에서는 중국 등 코로나19 발생 국가·지역을 방문했거나 확진환자와 접촉 후 14일 이내 발열·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무료로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의료진이 괜찮다고 하는데도 본인이 원해서 검진을 받을 경우 16만원의 검진비용을 내야 한다. 단, 이때도 양성 판정이 나오면 검사비 전액을 환불받는다. 한국과 미국 상황이 천양지차인 셈이다.

미국 뉴욕 한인타운의 모습. 국민일보 자료사진

미국 한인타운에서는 생필품 사재기, 모임의 취소와 연기, 한인 업소들의 매출 감소, 마스크 부족 현상도 이미 시작됐다. 공포감을 조장하는 루머도 퍼지는 상황이다.

'신천지 신도 다녀갔다', '한국인 출입금지 식당있다' 루머도

뉴욕에서 활동하는 최영수 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뉴욕 지역의 한인타운도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한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뉴욕 플러싱 지역의 한인타운에는 쌀과 물이 동이 났다”면서 “라면과 휴지 등 생필품에 대한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이어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한인 사회에서 모임을 취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뉴욕 인근 뉴저지주의 한인 봉사단체가 최근 자금 마련을 위한 행사를 취소했다”면서 “한인을 위한 비영리 단체들의 펀드레이징 행사가 연기 또는 취소되면서 한인 봉사단체들이 자금 부족으로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한인회와 뉴저지한인회는 3·1절 기념행사를 취소키로 결정했다.

심리적 불안감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이어진다. 뉴저지주에서는 얼마 전 신천지 교도가 한인 마트·식당·사우나 등을 거쳐 갔다는 얘기가 퍼져 교민들이 패닉에 빠졌다고 한다. 또 뉴저지주의 미국 식당 2곳이 '한국인과 중국인 출입금지' 푯말을 내걸었다는 루머도 나온다. 한 학부모는 “한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많다는 사실을 미국인들이 다 알고 있어 아이 건강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만약 아이가 감기 기운이라도 보이면 학교에 보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미 한국대사관은 “코로나19로 인한 한국인들에 대한 차별행위는 아직 보고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매출 감소 시작…코로나19 확산되면 피해 예상 못해

한인업체의 매출 감소도 이미 시작됐다. 박상진 뉴욕 한인요식업협회 회장은 “뉴욕의 한인 식당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20∼30% 정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뉴욕 플러싱에서 동원회참치를 운영하는 박 회장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 더 큰 걱정”이라며 “미국에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거나, 한국인들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취할 경우 매출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박상진 뉴욕 한인요식업협회 회장

박 회장은 “코로나19 피해가 확산될 경우 직원 감축이나 휴업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며 “한인요식업협회 차원에서 고통 분담을 위해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내려주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플러싱의 한인타운은 차이나타운과 붙어있어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초기 국면부터 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받았다”면서 “차이나타운에선 문 닫은 업소도 꽤 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워싱턴 인근의 한인 업주들은 한국이 코로나19 확산국으로 부각되면서 미국인 손님들이 많이 찾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워싱턴 인근 아난데일에서 노래방을 하는 한 업주는 “코로나19로 매출이 한 30%는 줄어든 것 같다”면서 “노래방은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미국인들도 많이 오는데, 미국인들이 발을 끊었다”고 말했다. 비엔나의 다른 한국식당 업주도 “우리 식당엔 미국인 손님 비율이 40% 정도 되는데, 미국인 전체 손님의 35% 정도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난데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매출은 20∼30% 정도 감소했다”면서 “고깃집의 특성상 고기를 구워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종업원들이 손님들과의 접촉을 우려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중국 손님 안 보여. 외부 활동 안 하는지, 한국식당 피하는지 몰라”

식당을 운영하는 다른 업주는 “코로나19 사태가 초기 국면에 중국에서만 문제가 됐을 때, 일부 시끄럽던 중국 손님들이 조용히 식당에 와서 밥을 먹고 갔는데, 최근에는 아예 중국 손님들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중국 손님들이 외부 활동을 극도로 줄였는지, 한국에서도 코로나19가 번져 한국 식당을 안 찾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인 업소 두 곳은 “언론의 보도로 두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를 꺼렸다.

미국에서도 마스크 품귀 사태는 이미 시작됐다. 대형마트에서는 마스크를 구경할 수 없다. 다만, 감염성 입자를 막아주는 기능이 없는 마스크만 일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구매가 가능한 실정이다. 그마저도 배송까지는 한 달이 더 걸린다. 지난해 12월 말 100개에 11달러였던 1회용 마스크는 87달러까지 올랐다. 8배가 상승한 것이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HHS) 장관은 감염성 입자 흡입을 막아줄 'N95' 마스크가 최소 2억 7000만개 부족하다고 밝혔다.

워싱턴의 한 회사에서 한국 관련 업무를 하는 제이슨 베일리씨는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긴 하지만, 그것은 한국 정부가 광범위하게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으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때문”이라며 “의료보험 등 의료시스템에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의 코로나19 공포가 한국보다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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