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된 과정과 신앙 간증을 해주세요.
저는 모태 신앙인으로 평범한 신앙생활을 하다가 20대 중반 직장생활을 할 때 우연한 계기로 어느 성경공부 그룹에서 1:1 성경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처음 성경말씀이 꿀처럼 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20대 후반에 직장을 옮기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저는 접대하는 것이 주 업무인 보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1년 남짓 무척 우울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은 하나님께서 저를 연단하신 것이었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서른 한살때 직장을 그만두고 아내와 함께 미국 유학 길에 올랐는데 하나님의 강권적인 부르심이 있었다고 확신합니다. 시골에 사셨던 조부모님과의 좋은 추억으로 인해 제가 노인복지를 공부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는 교회사회봉사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유학하면서 미국교회의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많이 접하게 된 걸 기초로 하여 한국교회가 더 적극적으로 구제와 사회봉사를 하도록 권면하였습니다. 지금도 한국교회봉사단이라는 단체의 연구소 격인 '디아코니아 포럼'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독인 교수로 살면서 학원선교에 관심이 있었으나 만족보다 후회가 많습니다. 새문안교회에서 장로로 봉사하다 작년에 은퇴하였습니다.

교수님께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시고 평생 노인복지를 위한 연구를 하셨는데 오늘날 꼭 필요한 노인복지 제도를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UN의 기준에 의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라 부릅니다. 한국은 2025년에, 미국은 2029년에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저출산과 맞물려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고, 노인의 건강과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보장 비용의 급증으로 국가재정에 상당한 압박이 오고, 독거노인 특히 가난하고 병약한 독거 여성노인이 증가하는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노인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이 아닙니다. 특히 한국은 인기영합주의(populism)가 위험한 수준에 와있습니다. 그 대신 휴먼 서비스(human service)를 적극 개발해야 합니다. 사회사업가, 간호사, 재활치료사, 심리상담가 등 전문가에 의한 면대면(face-to-face) 서비스는 대상자 스스로가 자기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건전한 문제해결 방식입니다. 서비스 제공자의 증가는 고용지표를 개선시키기도 합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초고령사회에서의 노인복지는 개인, 가정, 지역사회가 스스로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정부가 이끌어야 한다고 봅니다. 노인 개인을 위해 그리고 사회를 위해, 의존적인 노인상이 아니라 활동하는 노인상을 구축해야 합니다.

최근 『백세시대 시니어로 살기』 라는 책을 집필하셨는데 책 이야기를 해주세요.
5년 전 정년퇴임 때 냈던 『제3의 인생 설계, 신노년문화』 라는 책은 활동적 노화(active aging)에 관한 것입니다. 이번에 낸 『백세시대 시니어로 살기』 라는 책은 노년의 심리 내면을 좀 더 깊이 탐구해 삶과 죽음을 두루 반추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인생과 세상을 어느정도 조망해 볼 수 있는 나이의 노년학자로서 이 시대에 시니어(어르신)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 대한 응답을 시도하였습니다.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젊음을 품고, 삶에 도전하고, 젊은 세대와 교류하며, 타인을 수용하고, 나라를 걱정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지혜로운 시니어의 모습을 그려봤습니다. 신체가 쇠약해지고 물질적 자원도 축소되는 시기이지만 계획하고 실천하기에 따라 노년기는 인생의 황금기이고 가장 축복받는 시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아(social self)'를 버리고 '내면의 자아(inner self)'를 찾아야 합니다. 인생의 오전에 내가 노력했던 일들은 내가 좋아하기보다 사회가 정해 놓은 표준에 따라 살면서 인정과 칭찬을 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오후에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조용한 그러나 분명한 음성에 호응하게 됩니다. 죽기 전에 이것은 꼭 해보고 싶다고…, 이것을 버킷 리스트(bucket list)라고 합니다. 노년기의 풍요로운 삶이란 세상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폭이 넓어지고, 친구와 이웃관계를 즐기는 원숙함이 깊어지는 것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 학습과 봉사를 통해 자기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사회활동을 유지함으로 삶의 즐거움과 보람을 여유있게 만끽하는 것입니다. 교회 다니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은 항상 내면의 자아를 찾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노인복지학을 공부하시고 한국 대학에서 가르치셨는데 미국과 한국 노인의 삶을 비교해서 말씀해주세요.
오래 전 미국에서 공부할 때 Nursing Home을 많이 다녔는데 가족을 떠나 요양원에 계신 노인들을 보면서, 현대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그 상황이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하였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이 지금 그 모습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병약해도 집에서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지내는 게 인생 말년에 가장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병약해지면 오히려 집을 떠나야 합니다. 가족의 돌봄이 가장 필요할 때, 안타깝게도 가족과 떨어지는 것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Aging in Place(살던 곳에서 계속 살기) 개념을 도입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지금 Community Care(지역사회 보호)라는 제도를 도입해서 노인돌봄에 전 세대, 전 사회가 같이 고민하고 지혜를 모으려 하고 있습니다. 형제 자매 의식으로 맺어진 신앙공동체인 교회가 이 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에서도 교회가 Community Care 개념의 소규모 Nursing Home을 세우고 가족의 빈번한 왕래와 함께 평생 같이 지낸 교인들의 자원봉사를 받으며 노인돌봄이 이루어지는 걸 계획해 볼 수 있을 겁니다.
한국교회도 초고령사회를 대비하여 다양한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한국교회를 위해 하고 있는 사역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초고령사회엔 정부, 가정, 교회, 개인 모두 생애발달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규정해야 합니다. 사회 모든 부문은 노인의 신체 및 정신 건강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오래 전 한국교회노인학교연합회를 만드는 데 협력하였습니다. 5년마다 열리는 기독교사회복지엑스포의 협력교수단장으로 봉사하면서 교회의 우수한 노인복지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작년부터는 제가 섬기는 교회에서 '50+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5070 세대를 위한 은퇴(준비)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타 교회 신자들도 많이 수강을 합니다. 강의 영역은 신앙인의 삶, 장·노년기의 삶, 문학과 예술, 사명과 헌신 등 4가지입니다. 풍요로운 노년생활을 위해 신앙의 동지들과 함께 뭔가 배우고 봉사하며 산다는 것처럼 더 좋은 일이 있을까요? 향후 한국교회는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장노년들을 위해 생애설계교육, 심리 및 건강 상담, 요양서비스 등을 확대, 심화해야 합니다. 미력하나마 제가 계속 도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마지막으로 좋아하시는 성경구절과 재미교포 시니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씀을 해주세요.
시편 62편 1-2절입니다. 제 인생에 몇 번의 흔들림이 있었을 때 힘을 얻은 말씀입니다. 재미교포 시니어 분들은 세상 최고의 문화와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모든 것들은 앞으로 천국에서 누릴 영광에 비하면 분토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 사회에서 어르신으로 존경과 사랑을 받기 위해 따뜻하고 넓은 마음을 갖고 베푸는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아름다운 전통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열정만이 아니라 지혜로운 기법도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저의 처제 가족이 애틀랜타에 살고 있어서 올 가을에 한번 방문할 계획이 있습니다. 혹시 시니어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담 노승빈 (크리스찬타임스 한국후원회장, 백석대교수)·정리 이정우 (크리스찬타임스 한국후원회 지도목사, 분당 노인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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