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 탈북', '백악관 연설' 등으로 화제를 모았던 탈북자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 나우(NAUH) 대표는 21대 총선에서 당선권에 드는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2번을 받았다.

앞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영입인재였던 그는 정작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서 비례대표 후보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의 전격 사퇴와 비례대표 순번 재조정 과정을 거치고서야 당선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공천 파동'에 서운하지 않냐고 묻는 뉴시스 취재진에게 31일 지 대표는 환하게 웃으며 "충격이긴 했지만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한국당에) 갔던 거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이제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나우 사무실에서 진행한 뉴시스 인터뷰에서 그는 "북한에 존재하는 신분의 벽을 뛰어넘고 탈북자란 한계에도 제가 대한민국에서 거대 정당의 영입인재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북한 주민들에게 큰 희망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 대표는 북한 대기근 시대인 1990년대 '꽃제비' 소년이었다. 어린 지 대표는 달리는 기차 위를 오르내리며 석탄을 훔치다 떨어져 왼쪽 손과 다리를 잃었다. 아픔과 굶주림에 몸부림치던 그는 목발을 짚고 두만강을 넘어 동남아까지 장장 1만㎞를 건너 대한민국에 왔다.

탈북한 뒤 국내외를 넘나들며 꾸준히 북한인권 운동에 매진해왔다. 2018년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 국정연설장에 초대받았다. 당시 북한 인권 실상을 알리며 목발을 치켜든 장면으로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다음은 인권전문가를 넘어 21대 국회 입성을 바라보는 지 후보와의 일문일답.

-영입인재에서 비례대표 후보가 되기까지 소감은?

"북한에서는 부모 신분에 따라 사실상 진로가 결정돼 기득권 벽에 가로막혀 수많은 인재들이 빛을 발하지 못한다. 제가 지금 북한에 있었다면 제대로 먹지 못해 이도 다 빠지고 건강도 안 좋았을 테다. 북한에는 심하게 굶주리고 고된 일을 많이 해 40대 중후반에도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향 사람들 얼굴이 많이 떠올랐다. 제 소식을 들으면 참 기뻐했을 텐데"

-정치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대는 없었나

"정치를 하려고 북한 인권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탈북)단체 내규에 정치의 중립 항목이 있어 안 좋게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인권활동가로서 정부에 건의를 하고 기자회견도 하며 한계를 느꼈다.

탈북한 뒤 하나 남은 무릎 연골이 다 닳도록 열심히 살았다. 이런 제 모습을 보며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알아주고 통일의 미래를 볼 것이라 생각해서다. 탈북 수급자가 아닌 대한민국에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 살겠다며 열심히 달려왔다. 이제 정치란 새로운 길을 가려 한다."

-대북 문제,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김정은 정권이 계속 세습하는 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북한의 여러) 행동들이 희망고문 아닌가 싶다. 대북 문제가 우리나라가 처한 가장 어려운 문제 같다.

제가 정치인이 된다면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이고 싶다. 중증 장애인도, 꽃제비 출신도, 북한 밖을 나가니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북한 정권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피해자의 목소리보다 강한 것은 없으니까. 북한이 해온 모든 일들이 지운다고 지워지는 게 아니다. 꼭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물론 대한민국 청년들에게도 희망이 되고 싶다. 제가 대한민국 청년으로 살아보니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고 일자리가 없어 취업도 어렵더라. 저는 북한 특권계층도 아니고 부모 찬스도 받을 수 없다. 그렇지만 열심히 살아 온 제 모습이 희망이 됐으면 한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가. 자유를 선물받아 사는 것, 목숨걸고 1만㎞를 넘지 않아도 되는 삶에 자긍심을 가졌으면 한다."

-국회에 입성하면 하고 싶은 일은?

"지금 북한 인권법이 사문화됐고 북한 인권재단도 제대로 출범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북 인권단체 활동들도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를 정상화하는 일도 시급하다. 일자리와 지역사회에서 소외받는 탈북민들의 정착과 인권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국제사회와도 협력해 북한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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