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8일, 10명의 북한 난민이 선양의 버스 터미널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그중에는 14개월 난 아기와 16살 된 소년·소녀, 한국에 미리 정착한 딸을 둔 70세의 노인이 포함돼 있었다.”

9월 24일 밤(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의 주미중국대사관 앞에서 마이크를 든 젊은 여성은 계속해서 이런 사연을 읽어나갔다. 2000년대 중국에서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 북송된 북한난민(탈북자)들의 사례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북한에 돌려보내진 이들의 운명을 생각하며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숙연해지고 가슴이 아파오는 얘기들이었다.

오성홍기가 펄럭이는 주미중국대사관 앞에 약 20명이 집결한 것은 이날 저녁 7시 무렵이었다. 미국의 유명한 북한인권운동가인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NKFC) 대표가 주관해 열린 '북한난민을 구하는 날(Save North Korean Refugees Day)'이란 집회였다. 숄티 대표는 “9월 24일은 중국이 난민협약을 비준했던 날”이라며 “중국의 난민협약 38주년을 맞아 중국 지도부를 향해 강제북송 정책 변경을 촉구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도 전날 중국 정부가 유엔 인권기구들과 협력해 국경을 넘어오는 북한인들을 적절히 보호해야 하며,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상 강제송환금지원칙(non-refoulement)에 따라 북한인들이 고문과 학대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었다.

“시진핑은 북한인들을 죽이는 것을 중단하라”, “중국은 북한난민들을 죽이는 것을 그만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모인 NKFC 회원들은 북한사람들을 위한 기도로 집회를 시작했다. 이어 한 사람씩 돌아가며 탈북자들의 사연과 이름을 낭독했다.

“최상록 남 50세, 김평중 남 50세, 박경민 여 45세, 조영실 여 43세, 김영옥 여 40세… 2005년 5월 체포.”

자유를 찾아 북한을 벗어나려다가 중국 공안에 붙들려 강제북송된 사람들의 이름이 워싱턴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어둠이 깊어지자 참석자들은 하나 둘씩 손에 촛불을 들고 기도 같기도 하고 시위 같기도 한 명단 낭독을 이어갔다. 호주, 볼리비아, 영국, 일본, 한국 등 전세계 18개국 45개 도시에서도 같은 행사가 열렸다고 숄티 대표는 전했다.

NKFC는 또 시진핑 중국 주석과 추이톈카이 주미대사에게 “북한을 떠나 중국으로 유입되는 난민들에게 안전한 통로를 제공하고 그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중단해 달라”고 호소하는 서한을 보냈다. 서한을 통해 이들은 “한국의 가족들은 분단돼 있고 북쪽의 김정은 정권 하에 사는 사람들은 형용할 수 없는 가혹 행위와 반인도 범죄로 고통 받아 못해 그 나라를 떠나 난민이 되고 있다”고 했다.

또 “세계의 다른 난민 위기와 달리 북한 난민들은 대한민국 헌법상 한국의 시민으로서 곧바로 다시 정착할 수 있는 갈 곳이 있다”며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은 이 난민들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재정착하도록 중국을 도울 수 있기 때문에 북한 난민들의 중국의 부담이나 우려가 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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