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7총국 산하 금릉회사 분대장 중사 주 모 씨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는 모습.

지난 27일, 데일리NK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발신자는 자신의 위치를 '외국'이라고 하면서 “현지 전화로 통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반드시 전 세계에 폭로해야 할 것이 있다”라고 했다.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끝내 밝히지 않고 그저 성이 김 씨라고만 한 그는 '제보내용만 들어달라, 이를 세상에 알려달라'고만 했고, 20여 분간 북한 최고검찰소 주도의 러시아 파견 군인의 납치 사건의 경위에 대해 쉴새 없이 설명했다.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사람에게 '제보 전화'를 받는 느낌은 묘했다. 그는 본지를 해외에서 오랫동안 챙겨보며 알게 됐다면서 전 세계에 국가의 만행을 알려달라고 보도를 요청했다.


일단 북한 주민 특유의 표현이 많았지만 제보 내용의 정확성에 대한 판단이 필요했다. 이에 데일리NK는 즉시 해당 사건이 일어났다는 러시아 내 대북 소식통을 통해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김 씨의 제보내용과 일치했다. 이외 더 많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북한은 각종 외화벌이 명목으로 군인도 대거 파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총국 산하 금릉회사 분대장 중사 주경철 씨도 러시아에 건설인력으로 파견 나온 평범한 북한 군인이었다.
북한은 해외 일반 노동자들에겐 충성의 자금 계획분을 하달해 걷어가지만, 군인들은 군사복무를 해외 건설장에서 하는 것이라면서 '100%' 가져간다고 한다. 당국의 '노동 도구'로 전락한 셈이다.

이에 해외파견 건설군인들은 쓰레기통 옆 담배꽁초들을 모아서 마라 초(말아 피는 형태)로 피우기도 한다고 김씨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국은 '이밥에 고깃국을 먹여주고 해외 구경시켜준 게 당의 덕분'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주씨도 비슷한 처지에 내몰렸다. 어느 순간 “손에 1딸라(달러)도 못 쥔채 귀국하면 어찌 살겠냐”는 막연한 생각과 그간 쌓아진 조국에 대한 배신감으로 2017년 1월 말경 끝내 한국행을 결심하고 러시아 주재 유엔을 찾아갔다고 한다. 당시 27살이었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어느 날, 유엔 난민수용소로 러시아 KGB(КГБ)가 찾아와 주씨를 넘겨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북한 최고검찰소로부터 주씨가 범죄자라는 통지를 받았다는 것. 혐의는 미성년 강간 살인미수라고 했다.

제보자는 “우리나라(북한)에서 도망친 사람들을 잡을 때 흔히 쓰는 상투적 수법을 주씨에게도 쓴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찰서 유치장 철창 안에 갇힌 주씨는 이제는 “꼼짝없이 북송돼 죽겠구나”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리고 러시아 경찰에게 “살려달라, 살인한 적이 없다, 귀국하면 민족반역자로 죽는다”고 호소했다.

러시아도 인권문제에서 다른 잡음이 나오는 걸 경계했는지 북한 측에서 보내온 서류를 꼼꼼히 검토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북한이 밝힌 살인미수 날짜가 주씨가 러시아에 체류 중이던 때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구류한 지 40일 만에 재판을 열어 무죄로 석방했고, 다시 유엔 난민수용소로 이관했다.

그 후 주씨는 이제나저제나 한국으로 갈 꿈을 꿨다. 그러던 2018년 봄 어느 날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 KGB로부터 면담 요청을 받고 난민수용소 변호사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상상도 못 한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주씨가 화장실로 갔을 때 납치당했다고 한다. 주씨의 납치를 포기하지 않은 북한 측 작전에 걸려든 셈이다. 북송된 주씨의 나이는 당시 28세. 1년 동안 자유를 갈망했지만 주씨는 결국 끌려가고야 말았다.

데일리NK 내부 고위 소식통은 “주씨는 당시 7총국 해외군인 건설 노동자 중 가장 오래된 조장으로 당자금(통치자금) 유통과 인맥 관계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면서 “이에 월남 도주를 파악한 후 '죽여서라도 데려오라'는 당의 방침이 내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후 주씨는 조사도 재판도 없이 국가보위성에서 4개월 만에 혁명의 이름으로 단호히 처형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데일리 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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