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동떨어진 시골인데 한 곳에 두 교회당이 있는 것부터 예사롭지가 않았다. 각각 십자가가 달린 두 건물은 겉으로 볼때 멀쩡했다.

그런데 뭔가 평범하지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주일 오후인데 인기척이 없다. 교회당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도 반기는 사람이 없었다. 마침 사람이 살지 않은 듯한 분위기였다. 매홍손도 빠이군에 있는 후웨이봉교회의 모습이다.

겉 모습으로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전기요금 청구서는 우편함에 쌓여 있었다. 오랫동안 청구서를 거두어가지 않은 것이다. 교회 간판이 있었던 곳에는 기둥만 휑하니 남아 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교회 소속은 물론이고 교회 이름도 알 수 없었다. 교회안 의자는 정돈되지 않고 있다. 찬양할 때 사용하는 기타는 널브러져 있다. 예배당 안 시계는 건전지가 다 소모되어 돌아가지 않고 있다. 교회당 밖에 있는 의자는 부서진 채 방치되어 있다. 교회당 뒷편 화장실과 창고옆에는 낙엽들이 쌓여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교회당이 두 개라는 것이다. 오래된 교회당은 아직도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새로운 예배당은 지은지가 오래된 것 같지 않다. 두 교회당의 공통점은 들어가는 정문이 닫혀 있고 자물쇠로 잠가놓았다. 길가 옆에 있는 교회당이어서 반가웠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씁쓸했다. 주위에 혹시 이곳을 아는 교인이 있을까 둘러보니데 인기척이 전혀 없다. 마치 버려진 것 같은 모습을 보니 안쓰러움을 넘어 답답했다.

그 교회의 상황을 한참 떨어진 마을에서 알게 됐다. 깽홈교회에 도착하여 관리가 안되는 교회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 요리 목회자는 그 곳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스스로 지었다면 그렇게 방치해 놓지는 않을 것입니다.”
“주인의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요리 목회자는 왜 그렇게 교회당이 관리가 되지 않은지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현지 성도들의 헌신과 드림을 통한 교회당 건축이 아니었다. 그의 다음 설명을 통하여 알 수 있었다.

“첫 예배당은 한국교회에서 지원받았고 두번째 교회당은 미국단체에서 후원을 받고 건축하였습니다.”

두 건물 외부에서 지원을 받고 지은 것이다. 만약에 그들이 헌금하였다면 교회당이나 주변 그리고 기물들을 소중히 여겼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다음 설명은 선교사나 선교단체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 교회 교인들은 8가족입니다. 사실 기존의 교회당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선교단체가 건축을 원해서 지은 것입니다.”

사실 후웨이봉교회는 새로운 예배당이 필요없었다. 기존 예배당이 크지는 않지만 8가족을 위한 규모로 작지 않다. 어떻게 보면 필요하지 않은 예배당을 새로 지어준 것이다. 현지교회의 필요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선교단체의 필요에 따라 지었다.

이곳의 헌당예배를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였을 것이다. 그 자리는 기쁨의 자리였을 것이다. 헌금한 분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후원자의 입장에서는 하나님의 교회가 세워진 것이기 때문이다. 헌신에 대한 감사가 있었을 것이다. 연결해준 분에게는 의미가 있다. 후원자와 돈독한 관계가 형성되거나 강화될 수 있다. 도움을 받는 교회에게도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렇게 관리가 부실하여 거의 버려진 것 같은 교회당이 되리라고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다. 역동적인 예배와 모임이 이어지기를 원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헌신자의 의도와 전혀 다르게 되어버린 안타까운 모습이다. 물론 외부 도움을 받고 지은 교회당이 모두 다 이렇게 부실하게 관리된다는 것은 아니다.

예배당 건축 자체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 성대한 헌당예배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건축할 장소를 연결하여 후원자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것보다 더 가치있는 것이 있다. 후원자와 관계를 연결하고 관계를 쌓는 것보다 의미있는 것이 있다. 선교사나 선교단체의 교회당 건축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더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건물보다 중요한 것은 영이신 하나님께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가 드려지는 것이다. 그 예배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야 한다(신명기 6장 5절). 그 예배당을 지을때도 먼저 예배를 드릴 현지인들이 마음과 뜻과 힘을 드려야 한다. 멋진 건물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그들의 상황에 맞는 허름한 건물이어도 문제가 없다. 그런 헌신이 들어 있는 교회당은 허름할 수 있지만 관리까지 허술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교회는 선교지에 교회건축 지원을 많이 한다. 이것이 너무 보편화되어 하나의 문화가 되어 버렸다. 그 과정에서 많은 선교 재정이 사용된다. 그리고 성대한 예배당 헌당예배를 통하여 그 의미와 가치를 같이 기뻐한다. 그렇지만 그 이후 그 교회당이 후원자의 기대와 소망대로 되지는 않을 수 있다. 현지인들의 헌신과 드림이 없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후웨이봉 마을에 교회부지에 관리되지 않은 두 예배당은 그런 가능성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교현장은 후원자들이 기대하고 소망하는대로 되지 않을때가 많다. 이제 이 부분에 대하여 불편하지만 솔직하게 나눌 때가 된듯 하다.

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복음기도신문=크리스찬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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