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주의의 특징과 체계

① 주요 특징
영지주의 체계는 다음과 같은 전형적인 특징들을 가진다.

▲ 공통된 신앙의 근원
영지주의자들의 신앙과 체계는 아주 다양하지만 그러나 공통된 한 가지 신앙의 근원이 있다. 그것은 영지주의자들이 심원하고 지고한 신성의 존재로 믿는 모나드(Monad)이다. 모나드는 영지주의자들이 믿는 지고한 최고의 신인데 이 모나드(Monad)를 그들은 플레로마(to fill up or to complete) 또는 비토스(the bottom, the depth)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나그 함마디의 '요한의 비밀 가르침'이라는 문서를 보면 영지주의자들의 이 지고한 존재 모나드에 대해 예수님이 이렇게 사도 요한에게 전했다고 그들은 말하고 있다. 모나드(Monad)는 그것을 지배하는 그 어떤 것도 없는 그런 군주이다. 모나드는 최고신으로서, 만물의 아버지로서, 만물 위에 거주하는 불가시의 존재로서 존재한다.

모나드는 한계 지을 수 없는데 모나드를 한계 지을 수 있는 그 무엇도 모나드 이전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나드는 순수하고 신성(神聖)하며 오염이 없는 무한한 빛이다. 모나드는 완전, 축복, 신성 속에 이것들을 훨씬 뛰어넘은 존재이다. 모나드는 유도 무도 아니다. 모나드는 큰 것도 작은 것도 아니다. 모나드는 이런 크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거나 또는 이런 특질 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모나드가 광대무변(vastness)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나드는 무한한 단순성을 가지고 있다. 모나드는 아이온(aeon, 영원)들을 낳는 아이온이며, 생명을 주는 생명이며, 축복을 주는 축복이며, 지식을 주는 지식이며, 선을 주는 선이며, 자비와 구원을 주는 자비이며, 은총을 주는 은총이다. 《요한의 비밀 가르침(The Apocryphon of John)》 여기서 우리는 영지주의가 기독교에 비해 우월한 종교라는 것을 과시또는 공존하기 원했던 영지주의자들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

▲ 공통된 신(神)들의 탄생 설화
영지주의 체계에 따르면 지고한 모나드적 근원으로부터 발출을 통해 나타나는 하위 신적 존재인 여러 아이온들 (aeons)이 있다. 이들은 신이지만 동시에 자신들이 분리되어 나온 근원인 지고한 신성의 속성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지주의자들은 이러한 신적인 존재들의 발출은 점차 하부 구조로 내려갈수록 궁극적인 근원으로부터 멀어지는 존재들로 이해했고 이에 따라 하부로 내려갈수록 신성구조에 불안정성이 증가 된다고 생각했다.

▲ 물질계의 창조자 데미우르고스
영지주의 체계에는 물질계, 즉 물질로 이루어진 우주를 창조한 지고한 존재와는 별개의 독립적 창조자 데미우르고스(demiourgós)가 있다. 이는 환영이자 유일한 지고의 근원으로부터 가장 늦게 분리되어 나온 신이다. 이 신은 최하위의 신이며 열등하고 거짓된 신이다. 영지주의자들은 이 창조의 신을 플라톤주의자들이 사용하던 그리스어 낱말에서 따와 '데미우르고스'라 불렀다. 이 말의 원래 의미는 '공공 작업자', '작업 에너지', '숙련된 작업자' 등을 뜻하는 말이었는데 영지주의자들은 이 말을 '대중의 신' 또는 '거짓 신'이라는 뜻으로 '데미우르고스'라고 한 것이다.
물질계의 창조자 데미우르고스 신의 탄생 즉 발출은 우주에 특히 물질계와 관련하여 지고의 신이 어떤 의도하지 않은 커다란 부정적인 사건이었다. 이것은 지고의 신성의 일부인 우주의 구조에 이전에 없었던 큰 불안정성 또는 무질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 부정적인 존재 데미우르고스
영지주의에서 묘사되는 데미우르고스는 플라톤의 '티마이오스'(Timaeus)와 '국가'에 나오는 존재들과 유사하다.
티마이오스에서 데미우르고스는 중심적 존재이며 물질계를 창조하는 자애로운 창조자로서 물질적인 한도 내에서 우주를 자애롭게 만드는 작업을 행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또 '국가'라는 작품에서 소개 된 소크라테스의 영혼에 대한 묘사에서 욕망이 사자의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는 대목은 영지주의에서 데미우르고스가 사자의 형상으로 묘사되는 것과 유사하다. 이런 묘사와 관계가 있는 구절들은 '나그 함마디 문서' 중에 있는 주요한 영지주의 문서들 중 하나에서도 발견되었다. 이 문서에서는 데미우르고스를 사자 얼굴을 한 뱀으로 묘사하는 문장도 있었다. 이러한 형상을 얄다바오트(aldabaoth) 사마엘(아람어: 눈먼 신) 또는 사클라스( sækla, 어리석은 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데미우르고스가 때때로 지고한 신성에 대해 무지하며 어떤 경우에는 신성에 반대되기도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국가'에서 묘사되는 데미우르고스는 악의적인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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