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교감' 속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과의 간접 접촉을 통한 남북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중국의 역할이 예전같지 않아서다.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선수단에 응원단까지 대거 보내기로 결정한데다 군사당국 간 회담도 복원하는 등 대화 무드가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에 남북 고위급 회담 이후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적절한 시점과 상황'을 조건으로 북미 대화 가능성을 비쳤다. 문제는 근래 중국의 처지가 관련국들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한미일 3국에는 말할 것도 없고 북한에도 여의치 않다. 다만 쌍중단 해법을 공유하는 러시아와는 통하는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은 쌍중단 해법에 대해선 강한 거부감을 표시해왔다. 북한 핵·미사일 발사 도발과 한미연합훈련은 등가 교환이 이뤄질 수 없는 사안이어서다. 안보리 제재 결의 대상인 북한의 불법 행위와 적법한 한미동맹의 연합군사훈련이 교환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 역시 미국의 입장과 유사하다.
중국에 더 부담스러운 상대는 북한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압박도 무시할 수 없지만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을 겨냥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행해야 할 처지인 중국이 대북제재 이행을 본격화하면서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작년말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하고 대북 철강수출을 차단했다. 기타금속, 공업기계, 운수차량 등에 대한 수출도 막고 있다. 아울러 올해 전체 대북 수출량이 50만 배럴을 초과하지 못한다는 결의에 따라 중국은 그와 관련한 정유제품 수출도 크게 줄였다. 중국은 그나마 북중 송유관을 차단하지 않은 채 대북 원유공급은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추가도발을 하고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이 증대하면 원유 공급 중단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북한은 유일한 생명줄이라고 할 중국의 대북제재 가세에 큰 곤란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지난 9일로 중국 당국이 이미 밝힌 중국 내 식당 포함한 북한 기업 폐쇄 시한이 만료됨에 따라 북한의 타격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인력 송출을 통해 '현금 확보'의 수단이 됐던 중국 내 북한 기업이 문을 닫게 되면서 북한의 불만은 극대화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작년 11월 17일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으나, 김정은 위원장 면담이 불발되자 북중 관계는 더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작년 말과 올해 초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을 명분으로 중국의 대북 제재가 잇따랐다.
사실 지난 한 해 북미 최고 지도자 간에 험한 설전이 오가면서 한반도에 자칫 미국의 군사적 옵션이 선택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중국은 대북 압박과 대화 병행이라는 투트랙 접근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중 관계가 이전보다 더 냉담해짐으로써, 대북 지렛대로서의 중국의 영향력이 크게 쇠퇴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북 설득력이 이전만큼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베이징 외교가에선 차후 중국의 선택에 주목하고 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한반도에서 자신이 배제되는 일명 '중국 패싱'이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중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지정학적 중요성이 큰 한반도에서 결코 주도권을 놓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으로선 북한이 중국이 아닌 미국과 손을 잡고 한국이 중국을 등지고 미국에 의존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한반도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중국은 북한이 계속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미국을 견제 또는 일부 지지하는 방식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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