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투표를 앞두고 총회에 참석한 대의원들과 감독들이 손을 잡고 함께 기도하고 있다. 사진 김응선 목사, UMNS

지난 2월 23-27일 세인루이스에서, 다국적 교단인 연합감리교회는 감독들의 요구로 소집된 교단의 최고 입법기구인 총회를 열었다.

연합감리교회는 오랜 기간 교착상태에 빠진 교단의 성정체성 및 성소수자들과의 사역에 대한 이슈를 해결하고, 교단의 분열을 방지하고자 모였다.

총회에는 미국 내 대의원 504명과 해외에서 온 대의원 360명, 모두 864명의 총회 대의원이 참석했다.

총회의 마지막 날인 2월 27일, 전체 대의원들은 동성애자의 결혼과 안수에 대한 금지조항을 강화한 전통주의 플랜을 찬성 438표(53.28%),반대 384표(46.72%)와 54표(5.56%) 차이로 통과시켰다.

신시아 하비 감독이 26일 오후 총회 사회를 보며 전통주의 플랜에 대한 안건을 투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폴 제프리, UMNS

하지만 이 플랜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이 플랜이 통과된 후, 총회 대의원들은 교단 최고법원인 사법위원회에 전통주의 플랜의 합헌성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구하였고, 사법위원회는 4월 23-25일까지 일리노이주 에반스톤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이 요청을 다룰 예정이다. 지난 10월에는 사법위원회가 이와 관련한 플랜에 대해 위헌으로 판결한 적이 있다.

다른 주요 안건인 교단 임의 탈퇴에 관한 청원 역시 사법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 안건이 합헌으로 판단되면, 연회의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 교단을 탈퇴할 수 있다.

이 법안들이 합헌으로 판정될 경우 2020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하고, 위헌으로 판정될 경우에는 위헌 판정을 받은 청원서의 투표 결과는 무효화 된다.

2019년 총회에서 합헌으로 인정된 안건 중에는 연합감리교단의 은급혜택부인 웨스패스의 청원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 청원안에는 교단을 떠나는 교회는 목회자의 연금 부담금을 지급해야 하고, 교단을 탈퇴하는 목회자의 기존 연금은 유지하지만 그 이상의 연금 보조금은 연회로부터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현 장정의 성소수자의 결혼과 안수에 관한 언어는 그대로 유지된 채, 동성 간 결혼한 상태의 사람도 처벌한다는 내용이 합헌으로 인정받아 장정에 새롭게 추가되었고, 2020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이번 총회 결과에 대한 미국 내 연합감리교회의 반응은 분열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한인 공동체의 의견은 차분하면서도 다양하다.

총회 첫날, '기도의 날' 중 화해와 용서를 구하는 시간에 정희수 감독이 한인 목회자와 서로 용서를 구하는 포옹을 하는 모습을 은퇴한 제인 미들튼 감독이 보고 있다. 사진 제공 Katherin Barry, UMNS

이번 총회 결과에 대해 위스컨신 연회의 정희수 감독은 “총회 진행 과정에서 격한 감정과 격렬한 논쟁으로 서로 주고받은 상처는 그리 성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아프리카와 러시아 그리고 세계 교회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누어졌고, 그들의 이해와 염려 역시 많이 나누어졌다.”고 총회의 토론에 대한 소감과 아울러 성소수자들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LGBTQ 커뮤니티는 성소수자로 거절당하고 혼돈 속에 상처받았지만, 저들을 향한 돌봄과 사랑의 기도 그리고 연대의 모습 또한 강하게 드러났다.”

또 정 감독은 한인교회를 향하여 “지속해서 기도하며 복음의 아름다운 전령들이 되고, 어둠이 있는 곳에는 빛으로, 아픔이 있는 곳에는 치유로, 갈등이 있는 곳에는 화평을 꿈꾸며, 부흥해 가는 교회로서의 사명을 지속하기 바란다.”라고 부탁했다.

대다수의 한인 목회자들이 전통주의 플랜의 통과를 환영했지만,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았다.

웨슬리안언약협회의 아이오와 연회 임원으로 전통주의 플랜을 공개적으로 지지 표명했던 성백은 목사(클린튼 제일연합감리교회)는 자신은 이번 투표 결과를 환영했지만, 자신이 섬기는 교회의 젊은 교인들 중에는 자신과 입장이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전통주의 플랜을 선호하지만 성소수자들을 위한 사역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기로 했다. 젊은 교인 중에는 슬픔을 표현한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인 총회의 대안위원회 위원장으로 이번 총회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고, 하나의 교회 플랜이 통과될 경우 한인 교회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염려했던, 북일리노이 연회 한인연합감리교회 회장인 김태준 목사(살렘교회 담임)는 동료 목회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총회를 통해 교단의 어려운 상황이 종결될 것이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교단의 상황은 더욱 어렵고 불분명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한인교회 측면에서 보면 전통주의 플랜이 통과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더 혼란스러워진 교단의 상황으로 인해, 모든 이들이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계속해서 보낼 것이라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이번 총회 결과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총회 기간에 한인 연합감리교인들이 총회장 입구에서 기도하고 있다. 사진 김응선 목사, UMNS

북일리노이 연회의 네이퍼빌 커뮤니티 교회 담임 목사인 정화영 목사는 슬퍼하는 교인들을 위로하며, 총회 결과가 발표된 후 뉴욕타임즈에서 보도한 총회 기사를 연합감리교회에서 나고 자란 자신의 딸이 보내왔고, 그 내용에 슬퍼하더라고 말하며, “교회가 하나님의 모든 백성을 포용하겠다는 메세지를 들려주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전했다.

칼펙연회에서 희망교회를 섬기는 가한나 목사는 이번 총회 투표 결과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예수께서 그랬던 것처럼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예수의 제자로 살기를 원하며, 모든 사람을 초청하는 열린 교회가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성소수자와 성정체성 이슈가 기성세대에게는 큰 이슈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세대 간의 문화 차이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동역자들의 처벌에 중심을 둔 안건의 통과와 교단의 보수화로 인해 발생할 한인 교회에 끼칠 후폭풍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성호 목사(와싱톤 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는 “한인 교회를 섬기는 많은 목사가 자신의 신학보다 교회를 더 염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목회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별총회에서 보수적인 '전통주의 플랜'이 선택된 것에 대해 한인교회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전통주의 플랜'의 과격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플랜은 '배타적 거부'로 보인다.”며 염려했다.

더 나아가 교회의 보수화로 인해 “이민자, 소수인종인 한인 교회들이 불이익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염려” 한다고 말했다.

한인타인종목회자연합의 회장인 이성호 목사도 “전통주의 플랜이 통과된 것이 한인 교회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성소수자의 아픔을 돌보고 배려하지 않은 것에는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동료 목회자에 대한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교회를 떠나라는 표현은 목회자적 마음이 결여된 것이다. 시민 불복종을 허락하고, 연합감리교의 신앙과 신학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를 금지한 것 또한 안타깝다.”고 이 목사는 말했다.

이번 투표에 대한 정치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세인트폴 신학대학원 은퇴 교수인 전영호 교수는 이번 표결에 실망했지만, 이 표결의 결과에 서구적 신학과 인종차별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며, 이렇게 말했다.

“진보주의적이면서 서구화된 독선적인 사회 윤리학자의 관점에서 보기 전에 전통주의 플랜을 투표해야만 했던 아프리카와 북유라시아 그리고 필리핀 형제자매들의 처지를 생각해 보라. 그들의 나라는 성소수자를 범죄시하며 심지어는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전통주의 플랜 외에 다른 대안이 있었을까? 나도 특별총회의 결과에 깊이 실망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을 원망하고 책임 전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지역의 현실을 무시하고 독선적이며, 서구적인 관점을 해외 대의원들에게 강요한 것에 대한 진지한 자기반성이다.”라고 근본적으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총회의 결정이 연합감리교의 분열을 초래할 발화점(tipping point)이 될지, 아니면 교단의 일치와 부흥을 일으킬 전환점(turning point)이 될지 판단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번 총회를 통해 나타난 교단 내의 미국과 해외지역 교회의 신학적 간격과 차이 그리고 아직 해결하지 못한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과 사역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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