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독일 코블렌츠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시리아 비밀경찰 출신 에야드 알가립(좌), 시리아 교도소 참상을 그린 BBC 인터뷰 수감자의 그림. 사진: bbc.com 영상 캡처


독일 법원이 24일(현지시간) 2011년 시리아 반정부 시위대를 고문하고 살해하는 데 가담한 죄로 전 정보요원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 10년 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과 관련한 '인류에 대한 범죄' 사건에서 처음으로 선고된 실형이다.

독일 법원은 고문 혐의로 재판에 오른 시리아 전 정보 요원인 에야드 알가립(44)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4년 6개월 징역형을 내렸다. 법원은 그가 시리아에서 2011년 촉발된 반정부 시위 당시 최소 30명을 체포하고, 이들이 고문 받을 것을 알면서도 정보기관으로 보냈다고 봤다. 이는 시리아 시위대를 상대로 자행된 인류에 대한 범죄 혐의에 처음으로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인류에 대한 범죄는 전쟁 때와 평시를 불문하고 민간인에게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잔혹행위로 국제사회에서 중죄로 처단 받는다.

시리아 내전이란?

시리아 내전은 2011년 3월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낙서에서 비롯된 '아랍의 봄' 민중 봉기를 시작으로, 알아사드 정권이 무자비하게 시위대를 진압하면서 점차 무장투쟁으로 변해 내전으로 번져 지금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수십만명의 사망자( 2011년~2018년 9월까지 36만 4792명 사망)와 시리아 전체 인구의 반이 넘는 12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전 세계를 떠돌고 있다. 내전 발발 당시 시리아 전 인구는 2100만 명이었다. 2013년 8월에는 시리아 정부군이 다마스쿠스 인근 구타의 교외 지역에 생화학무기인 사린가스 공격을 가해 1000여 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2012년 7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민간인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시리아를 내전 상황으로 판단함에 따라, 민간인에 대한 살인, 고문, 강간 등을 명령 또는 자행한 이와 민간인 거주 지역에 부적절한 무력을 가한 이들을 국제인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내전이 시작된 당시부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시위대 고문 증언이 속출하면서 서방 국가들은 이를 국제법정에 세우려 했으나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불발됐다.

또 다른 범죄자 '안와르 라슬란'…재판 계속

알가립과 함께 재판에 오른 안와르 라슬란(58)에 대해서는 재판이 계속된다. 라슬란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악명 높은 알카팁 교도소에서 수감자 살해와 고문을 감독한 혐의를 받는다. 독일 연방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2011년 4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라슬란의 감독 아래 살해된 수감자가 58명이며, 고문 피해자는 4000명에 이른다. 라슬란은 전기충격, 구타, 채찍질, 잠 안 재우기 등 악랄한 수법으로 수감자들을 고문하도록 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알가립과 라슬란은 시리아 내전의 혼란을 틈타 독일에서 거짓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 살다가 2019년 체포됐다.

“역사적 판결”…'보편적 관할' 적용돼 독일이 처단

BBC 방송은 이번 판결에 대해 아사드 정권의 반인권 범죄를 법으로 심판할 “역사적 이정표”라고 평가하고, 독일 검찰의 이번 기소가 아사드 정권의 행위에 대한 증거를 독일뿐만 아니라 다른 재판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지 가늠할 '시범 사례'라고 짚었다.

이날 법정에 수갑을 찬 채 나타난 알가립은 유죄가 선고되는 순간에도 놀란 표정을 짓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판에서는 인류에 대한 범죄의 경우 세계 어느 곳에서 일어난 것이라도 독일 법정으로 가져올 수 있도록 한 '보편적 관할'이 적용됐다.<복음기도신문=크리스찬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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