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께서는 “복음에 굴복한 후 문화장사꾼이 아닌 문화선교사가 되기로 결심” 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된 이야기와 문화선교사가 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저는 모태 신앙인이었구요. 고등학생때까지만 해도 독서와 음악을 좋아하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학교와 교회만 오고 가던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다 고1때 학교에서 단체 관람한 한편의 뮤지컬을 통해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고 이후 교회 문학의밤 성극 무대를 통해 연기의 맛을 보게 되었어요. 결국 '연극(공연)을 통한 문화선교'라는 비전을 품고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게 되었고, 졸업할 때쯤엔 몇몇 유명 뮤지컬에 출연 제안도 받으며 조금씩 뮤지컬 분야에서 일하는 꿈을 키워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한 그해 여름,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며 내가 꿈꿔왔던 공연에 대한 그림을 완전히 백지로 내려놓고 주님만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00여 일 후 어느 기독 문화사역자가 만든 허접한(?) 뮤지컬을 보며 비웃고 있던 저에게 주님께서 버럭 꾸짖으시며 '내가 좋아서 하는 공연이 아닌 주님이 명해서 하는 공연'에 대한 사명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주님으로부터 '공연'을 사명으로 받은 후 20년이 넘게 제 삶은 열정이 넘치는 도전과 귀한 열매들이 맺어지게 되었습니다. 교회에서 만들어지고 몇 년전 창단 30주년을 맞이한 선교극단 사역, 국내 최대 규모의 기독연극제 기획과 각종 문화 사역들, 동갑내기 목사님과 사무실도 사람도 계획도 없이 기독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어 결국 3년만에 한국뮤지컬대상 수상, 모 대기업에서 공연사업부 책임자 역임 등 제 삶은 누가 봐도 '주님 주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성공한 크리스천'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연극(공연)인들의 생활 기반을 만들어 주는 '공연의 산업화'가 주님 주신 사명이라고 믿고 수 십 년간 쉴틈없이 달려왔던 저에게 어느 순간부터 내 비전에 내가 지치는 하루 하루가 이어졌습니다. 마음은 피폐해지고 자아가 붕괴되는 느낌까지 들기 시작하던 어느날, '더 이상 이렇게 살다가는 죽겠구나.'라는 신음과 함께 나이 50세가 되기 직전인 2017년 12월, 복음 앞에 직면케 되는 모 훈련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창세 전부터 존재적인 죄인일 수 밖에 없었던 나의 삶 가운데 가득했던 죄된 속성을 보게 되었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며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어 내 인생을 만들어 위인이 되고자 했던, 선한 자아로 포장된 자아 숭배의 바벨탑을 보게 되었습니다. 훈련학교 마지막 날 아침 주님께서는 조용히 내안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할때 “주님을 위해 연극하는 삶을 살겠습니다.”라는 고백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고. 저는 순간 오열할 수 밖에 없었고, 더이상 '내'가 주인되는 것이 아닌 '주님'이 주인되는 인생의 주어가 바뀌는 삶에 대한 결단과 함께 “문화장사꾼이 아닌 문화선교사의 삶을 살겠습니다”라고 고백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대표님께서는 복음이 주인된 문화예술 선교를 통해 교회 문화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의미를 말씀해주세요.

아마도 저를 비롯 지금의 중장년 크리스천들 대부분은 8,90년대 이후 한국교회(문화)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서툰 기타 반주에 맞춘 찬양과 엉성한 연기, 조명으로 함께했던 문학의 밤이든 설레임으로 가득한 성탄 전날의 All Night과 시끌벅적한 새벽송이든, 아울러 경배와 찬양, 열린 예배 등에 대한 추억이든 말이죠. 이렇게 순수함과 뜨거운 열정으로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고백했던 배경에는 '한국교회 문화'가 존재했다고 믿습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던 백범 김구 선생을 거론치 않더라도, 현대에 이를수록 문화의 힘은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한국교회 부흥의 토대요, 자산이자, 제 신앙의 뿌리가 되어줬던 '한국교회 문화'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열망이 큽니다. 비록 지난 시간 저 역시 그랬던 것처럼, 세상에서의 성공과 인정을 받고자 엇나갔던 오류를 돌이켜 '십자가 복음'이 중심되고 주인되는 '한국교회 문화' 회복이 일어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Not for the best, But for the only one.


뮤지컬 <요한계시록>

그동안 광야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주요 작품들과 성과를 설명해주세요.

2017년 7월에 대학로에서 개관한 '작은극장 광야(현, 광야아트센터 전신)'때부터 지난 4년간 뮤지컬 <요한계시록>, <더북:성경이 된 사람들>, <루카스> 등의 작품을 통해 무려 770회 공연이 진행되었고 9만4천 명에 이르는 관객들이 광야를 찾아주셨습니다. 감사하게도 관객 중 90%가 유료 관객이었고 이를 통해 코로나 팬더믹 이전까지는 적지만 계속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감사의 열매는, 2018년 7월 작은극장 광야 개관 1주년을 기념하여 창단된 '선교극단 광야'를 통해 복음이 전부된 삶을 소망하는 문화예술 선교사들이 일어나게 된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대표님께서 제작 총괄한 '요한계시록'과 '더북: 성경이 된 사람들' 등은 기독 뮤지컬로서는 보기 드문 흥행을 했는데 특별한 노하우와 미주 공연 등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말씀하신대로 뮤지컬 <요한계시록>과 <더북:성경이 된 사람들> 같은 경우는 매해 공연때마다 객석 점유율이 90%를 넘는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는데요.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상투적인 표현일 수 있겠지만 주님의 크신 은혜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작품에 담겨진 선명한 복음적 메시지를, 허락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완성도 있는 공연으로 만들고자 하는 태도, 그리고 문화선교사의 사명으로 준비하는 제작진들의 진정성있는 모습에 관객들이 반응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하고 또 죄인들이지만 현재 광야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은, '복음'때문에 모였고 '복음'때문에 움직이고 꿈을 꾸고 있습니다.

미주를 포함한 해외 공연은 이전에도 해왔고 작년 여름에도 약 한달간의 미주 투어 계획이 세워져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취소가 되고 말았습니다. 상황이 허락된다면 내년에 미주에서 광야의 작품과 함께 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기도 부탁드릴께요.

현재 새롭게 창작하고 있는 '뮤지컬 요한복음'은 어떤 작품인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독특한 후원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계신데 이 역시 설명 부탁드립니다.

뮤지컬 <요한복음>은, 사상 최초로 성경 '요한복음'을 오롯이 담는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가(복음) 주인(공)이 되는 뮤지컬입니다. 예수님의 생애와 말씀을 이용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 아니라 오직 요한복음이 말하는 메시지만을 담아내고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예수님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싶은 이들과, 예수님이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이들을 위한 전도용 뮤지컬이기도 합니다.

뮤지컬 <요한복음>은 성경 요한복음에 나오는 주님이 말씀하신 7번의 '나는 ~이다. ἐγώ εἰμ에고 에이미'를 주요 기둥으로 삼아 구성되었는데요, 20명에 이르는 출연진들과 소극장 무대에서 보기 힘든 회전무대, 스케일있는 세트, 공연 시간 내내 다양한 쟝르로 창작된 음악 등으로 2시간 30분의 공연 시간 내내 말씀이 주는 강력함을 경험케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감히 창작을 상상할 수 없는 지금이 오히려 말씀의 영광이 필요한 때라는 마음을 주님이 주셔서 뮤지컬 <요한복음>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부족하지만 저희는 본 성도분들이 함께 만드는 뮤지컬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이에 오병이어의 기적을 맛본 그 오천명의 감격과 헌신의 마음으로, 뮤지컬 <요한복음>에 10만원씩 후원하는 무명의 제작자로 참여하는 '5000 요한'을 모집중인데요. 약 2달여만에 2천명이 넘는 '요한'이 모여졌습니다. 단지 광야의 필요만을 채우기 위함이 아닌 함께 말씀의 영광에 동참하는 '요한'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기도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극장 '광야' 무대 (현, 광야아트센터)

COVID-19로 인해 문화예술 분야가 큰 타격을 입고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멈추지 않는 대표님의 인내와 용기는 많은 어려움을 겪는 재미교포 크리스찬들에게 힘이 됩니다. 대표님께서 좋아하시는 성경구절과 신앙의 격려 메세지를 전해주세요.

제가 감히 누군가를 격려할 만한 위치나 자격은 없습니다. 다만 코로나로 인한 지금의 변화는 어차피 닥쳐왔을 상황으로 인식하고 수용하며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하게도 광야는 작년 초부터 코로나가 가져온 불가항력과도 같은 상황 속에서 오히려 더욱 더 말씀훈련의 강도를 높이고 전향적으로 새로운 꿈을 꾸게 되는 은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모 카이스트 교수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여 포스트 코로나로 인한 변화는, 갑자기 새로운게 나타나는게 아니라, 그동안 진행되어 왔고 어차피 닥쳐올 미래가 급하게 앞당겨지는 것이라고 언급했던 게 생각납니다. 그렇기에 지금은 과거의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제로베이스에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하는 때라고 믿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컴퓨터를 초기화시키면 빠릿빠릿해지는 것처럼 우리에겐 지금이, 클린업하고 리폼하며 리뉴얼할 수 있는 최적기입니다. 변화를 뜻하는 영어 Change에서 알파벳 g를 c로 한 글자만 바꾸면 Chance가 된다는 얘기가 떠오릅니다. 모쪼록 우리 모두에게 '변화'가 '기회'가 될 수 있게, 미리 '등불'과 '기름'까지 준비하는 지혜로운 신부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여호와께서 그들 앞에서 가시며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그들의 길을 인도하시고 밤에는 불 기둥을 그들에게 비추사 낮이나 밤이나 진행하게 하시니.”(출 13:21)

우리의 형편을 너무나 잘아시는 주님께서 우리를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신다는 믿음으로 견디고 힘내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더북'이 공연되고 있는 광야 아트센터 외관모습

광야아트미니스트리 윤성인 대표 / 뮤지컬'요한계시록', '더북:성경이 된 사람들', '루카스'총괄 프로듀서 www.stgwangya.modoo.at

대담 노승빈(크리스찬타임스 한국후원회 회장, 백석대 교수)·정리 정일균(크리스찬타임스 한국후원회 부회장·서울예대 연극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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