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께서는 17세에 미국으로 이민 간 후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일반 전공을 공부하신 후 신학에 이어 목회자의 길을 선택하셨는데 그 계기와 인도하심을 말씀해 주세요.

중학교 1학년 때 참석한 교회 수련회에서 목회자로의 강한 부르심이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제게 그 부르심은 상당히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분, 몇 시간 하나님과 씨름하며 기도하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준비하시고 예비하신 삶이 목회의 길이라면 그 삶이 가장 행복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바로 기도하였습니다. “하나님, 지금은 이 길이 너무 부담되지만 하나님의 때가 되었을 때 기쁨으로 헌신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세요.” 그때 제 마음에 밀려오는 평안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제 마음 깊은 곳에 목회자로의 헌신은 그렇게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면서 제 삶에는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출석하게 된 교회에서 말씀을 통해 예수님을 더욱 깊게 경험하게 되었고 제 신앙은 점점 더 성장하게 되었는데 주님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마음 한편에 있는 목회자로의 부르심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길은 부담스러운 길이었기 때문에 신학 공부는 일반 공부를 모두 마치고 나중에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것은 하나님의 계획이 아닌 인간적인 제 계획이었습니다. 일반 목회보단 학원 선교를 위해 교수가 되려고 뉴저지공과대학교(B.S.)와 컬럼비아대학교(M.S.)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하였지만 박사과정 진학을 앞두고 주님은 제게 목회의 소명을 밝히 보여 주셨습니다. 모(母)교회에서 맨해튼 젊은이 사역의 개척 멤버로 섬기며 대학생 캠퍼스 사역의 현장을 누빌 때는 정말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소그룹 리더로 대학생들을 섬기면서 제 마음속에 있었던 목회에 대한 소원이 더욱 분명해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목회자이신 아버지의 축복 기도와 함께 더욱 기쁜 마음으로 목회자로 헌신할 수 있었습니다. 목회자로의 부르심이 어린 시절에는 큰 부담이었지만 하나님의 때가 되자 기쁨으로 헌신하게 된 것입니다. 펜실베니아 주의 햇필드에 위치한 비블리컬신학대학원(M.Div.)과 매사추세츠 주의 사우스 해밀턴에 위치한 고든-콘웰신학대학원(Th.M.)에서 신학을 공부하였으며, 인디애나 주 위노나 레이크에 위치한 그레이스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현재 다음 세대의 신앙 회복과 청년 사역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칼빈대학교 교목 및 조교수, 그리고 칼빈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2021년 2월 칼빈교회 담임으로 부임하셨는데 그 소명을 말씀해 주세요.

21년의 이민생활을 정리하고 조국으로 역이민을 오게 하시면서 하나님은 “내 백성을 위로하라”라는 이사야 40장 1절의 말씀을 강하게 주셨습니다. 이민 사회와 이민 교회가 더 익숙한 제가 대한민국의 개혁주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칼빈대학교와 칼빈대학교에 소속된 칼빈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역사입니다. 예전 한국과 비교해 보면 지금은 많은 면에서 변화되었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두드러지게 보이는 한국 교회의 모습은 성도들의 고령화 현상과 젊은 세대들의 탈교회 현상이었습니다. 출생률은 낮아지고 평균 수명은 길어지니 대한민국이 고령화 사회가 되는 것이고, 그에 따라 교회 성도의 고령화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또한 주일학교 학생들의 수가 줄어드는 것도 예전과 비교할 때 초등학생의 수가 줄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교회는 이러한 외부적인 환경 탓을 하며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교회 안에서는 더욱 실버 사역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버 사역을 활성화하여 교회의 어르신들도 두 팔 걷어붙이고 사역의 현장에서 뛸 수 있는 사역의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주일학교와 청년 사역의 부흥을 위해서도 힘써야 합니다. 교회를 떠나 더 이상 교회에 “안 나가”는 “가나안” 성도가 되어 믿음을 잃어버린 현시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청년 사역을 비롯한 목회의 가장 큰 적은 세속화이기 때문에 모든 교회가 현재와 앞으로의 사역을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더욱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우리들은 실제적 대안이 요구됩니다. 많은 이들은 청년 사역이 세상과 비교했을 때에도 그들에게 매력적이고 재미를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교회는 세상의 재미와 현실적인 필요만을 채워주는 곳은 아닙니다. 말씀 중심, 복음 중심으로 영혼 구원에 초점이 맞춰진 새로운 공동체를 세워나가는 것이 이 시대의 모든 사역자들에게 요구됩니다. 또한 청년 사역은 다음 세대를 잇는 다리의 역할을 감당하는 소중한 사역이며 이 다리가 튼튼해야 믿음의 선배들의 뜨거운 신앙을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들이 한국 교회의 든든하고 성숙한 어른이 될 것이기에 그 가치는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청년은 교회의 희망이며 교회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청년 사역은 미래의 앞날을 바라보지 못하면 뛰어들 수 없는 사역입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면 당연히 청년 사역에 투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청년 사역은 울창한 숲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묘목을 심어야 하는 사역입니다. 매년 장마철이 올 때면 홍수와 산사태가 일어납니다. 산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튼실한 나무로 이루어진 울창한 숲을 이루지 못함에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 백성들을 위로하는 것은 다음 세대와 기성 세대를 모두 건강히 세우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칼빈대학교 캠퍼스 안에 위치한 칼빈교회를 소개해 주시고 비전과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칼빈대학교에 소속된 교회라는 특수성이 칼빈교회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선 우리가 소속된 칼빈대학교는 존 칼빈(1509-1564)의 신앙과 신학을 계승하는 개혁신학의 요람으로 1954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신학교로 출발하여 1997년 신학 중심의 대학으로 발전하였고 현재는 지성과 영성을 겸비한 차세대 지도자를 길러내는 종합 대학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칼빈교회는 이러한 칼빈대학과 칼빈신학대학원의 학생들을 기도와 물질로 후원하며 주님의 지상대명령인 제자 양육과 복음 증거의 사명을 이루는데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칼빈교회가 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시작되었지만 현재 칼빈교회는 대학 캠퍼스 교회의 모습을 넘어 지역 주민에게 항상 열려있는 교회입니다. 성도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양육하고 예수님의 제자로 훈련하여 각자 삶에서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선교적 삶을 추구하는 행복한 성도의 삶으로 이끄는 것이 제 목회 철학이며 비전입니다. 그리고 칼빈교회는 앞으로 목회의 길을 걸어갈 신학생들에게 사역의 기회를 제공하여 영성과 실력이 뛰어난 사역자로 키우기 위해 부지런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교회들을 섬기기 위해서도 미자립 교회들을 물질과 기도로 후원하고 있고, 현재 칼빈대학교 대강당을 빌려 예배드리는 이웃 교회와는 칼빈대학 캠퍼스 안에서 칼빈교회와 한 지붕 두 교회의 모델로서 사랑의 교제를 이어가며 상생을 위한 협력과 동역을 꿈꾸고 있습니다. 예배 가운데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훈련되는 예배 공동체, 따뜻한 나눔이 있는 친교 공동체, 전도를 통한 선교의 사명을 붙드는 선교 공동체인 칼빈교회는 건강한 개혁주의 신학의 토대 위에 세워져 다음 세대를 세우는 교회입니다.

젊은 목회자로써 팬데믹 이후 한국교회의 방향과 변화를 말씀해 주세요.

팬데믹 이후 우리는 목회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이 많이 계시기에 아직 부족한 제가 팬데믹 이후 한국교회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많이 조심스럽지만 이제 교회는 더욱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많은 분들이 교회를 등지고 떠났습니다. 공동체가 함께 모이지 못하니 힘을 잃고 신앙의 불씨가 점점 식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교회를 등지고 주님을 떠난 것은 복음이 그들의 삶에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통계 자료를 보면 코로나 이전에 교회를 떠난 이들 대부분은 목회자의 윤리와 도덕성의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는 교회를 떠나는 이유가 조금 달랐습니다. 성도 간의 교제와 공동체성이 깨진 상태에서 교회를 왜 다녀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 앞에 설 때 명확한 답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이 없다면 당연히 교회를 나가는 것보다 혼자 예배드리는 종교생활이 더 편하고 다른 이에게 피해도 주지 않는 등 더욱 안전하게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기독교 신앙은 마음에 위안을 갖는 정도의 종교생활이 아닙니다. 공동체에서 벗어나면 점점 교회와 멀어지고 결국 교회를 떠나게 됩니다. 이제는 순수한 복음으로 돌아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신앙의 회복이 이루어지고 사랑의 공동체를 힘써 이뤄야 합니다. 교회가 더욱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사도행전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사랑의 온전한 나눔이 있는 공동체성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복음의 콘텐츠를 담아야 할 공동체가 건강해야 복음이 변질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새 생명을 낳을 수 있습니다. 우선은 가정이 사랑의 공동체로 회복되어야 합니다. 과거 우리는 자녀들을 주중에 학교나 학원에 보내듯이 일주일에 한번 교회 주일학교에 보내며 신앙 교육을 맡겼지만 팬데믹으로 인하여 교회를 보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비대면으로 신앙 교육을 이어갔지만 정말로 자녀들의 신앙을 신경 쓰고 교육해야 하는 곳은 가정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깨닫게 되었습니다. 성경에서 말씀하듯 이제 부모는 자녀가 하나님을 떠나지 않도록 신앙 교육에 힘써야 하며 목회자와 교사의 역할을 가정에서 부모가 감당해야 합니다. 그리고 교회가 사랑의 공동체로 회복되어야 합니다.

특히 교회의 소그룹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사도행전의 교회들도 소그룹으로 모였습니다. 존 칼빈은 ‘기독교 강요’에서 하나님이 아버지가 되는 이에게 교회는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하나님 나라 백성은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등질 수 없는 것입니다. 교회 안의 작은 공동체인 소그룹을 통해 성도들은 어머니의 헌신적인 뜨거운 사랑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소그룹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활성화될 때 엔데믹 시대에 돌입한 교회는 힘을 잃지 않고 이전보다 나은 영광의 모습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끝으로 우리는 다음 세대의 문화를 인정하고 복음을 그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연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연구 결과를 지역 교회의 주일학교에 적용해야 합니다. 팬데믹 시대에 교회는 모이지 못하니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어쩔 수 없이 성도들을 비대면 예배 플랫폼(platform)에 대해 교육하였고 이제 대부분의 성도들은 유튜브(Youtube), 줌(Zoom), 그리고 여러 다른 형태의 화상채팅 방식을 다루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이제는 코로나의 상황과 상관없이 이러한 비대면의 예배, 교육, 모임과 친교의 방법들을 체계적으로 시스템화하고 목회 가운데 접목하여 대면과 비대면의 조화(well-balanced)를 이루어 필요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다음 세대인 MZ 세대의 주 무대가 될 메타버스(Metaverse) 플랫폼을 목회와 교회학교 사역에 도입하는 과감한 시도도 필요합니다. 

목사님께서 좋아하시는 성경 구절과 재미교포 크리스찬들에게 신앙의 격려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성경 66권의 말씀을 모두 사랑하지만, 시편 23편의 말씀을 많이 묵상합니다. 하나님께서 나의 목자라고 고백하는 다윗의 고백이 제 고백이기 때문입니다. 제 삶을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필요한 모든 것을 그때그때 모두 채워주셨습니다. 하나님이 나의 목자이시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더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 하나님만 있으면 됩니다. 미국 목회자 3명 중 2명인 67%가 안락함(comfort)이 자신이 섬기는 교회의 잠재적 우상이라고 답한 기사를 얼마 전에 읽었습니다. 아마도 여기서 말하는 안락함은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을 의지함으로 느끼고자 하는 안락함일 것입니다. 

하나님과 상관없이 더 편해지고 싶은 욕망일 것입니다. 안락함 외에도 권력, 사회 보장, 성공, 돈 등이 우상으로 여겨졌는데 이것들은 이미 갖고 있는 안락함을 더욱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참 목자이시고, 아버지라면 하나님이 우리에게는 안락함 그 이상이 됩니다. 하나님이 나의 목자가 되어 주시니 나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원하는 다른 것도 없습니다. 이 믿음의 고백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하나님 나라 백성들의 고백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칼빈교회  웹사이트 www.calvinchurch.or.kr

대담 노승빈 (크리스찬타임스 한국후원회 회장, 백석대 교수)·정리 송다해 (크리스찬타임스 편집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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