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혜 작가
변영혜 작가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갤러리. 출입문을 열자마자 계단 이미지가 눈에 띄었다. 변영혜 작가의 개인전 주제 작품이기도 한 'Go up to Bethel'을 설치 미술 형식으로 그린 것.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 야곱이 돌기둥을 세운 것처럼 항상 예배의 자리로 향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았다. 측면에 그려진 날개는 하나님의 크신 팔을 표현했다. 

전시회장 오른편으로 발걸음을 돌리자 1,000호 사이즈의 거대한 작품이 웅장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회벽에 금박과 혼합재료를 써서 페인팅한 초대형 벽화의 제목은 'Burning Bush-하나님의 임재'다. 이사야 43장 2절을 통해 우리에게 약속하신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강렬한 불꽃과 기둥의 이미지로 그려냈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전시회장을 빼곡하게 채운 작품들은 구약에 등장하는 지성소와 언약궤, 등잔대부터 생명나무와 어린양까지 소재도 다양했다. 기법적인 측면에서도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나들고 사실적이면서 추상적이기도 했다.

변 작가는 "하나님 영광의 무한함을 담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품활동을 하다보면 초대형 캔버스도 모자라다"며 "작품에 담는 내용에 따라 표현 기법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변 작가는 중학교 때 미술 교생 선생님으로부터 사군자를 배우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남다른 재능을 알아본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서울대 회화과를 진학, 동대학원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보석 디자인을 공부했다. 

부족함이 없던 그를 주저 앉게 만든 사건은 외할머니의 죽음이었다. 동고동락하던 가족과 하루 사이에 이별한 큰 충격이었다. 변 작가는 인생에 무상함을 느끼고 교회 문을 두드렸다. 

변 작가는 "난생 처음으로 가족의 죽음을 겪으며 사후세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오랜 고뇌 끝에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고 교회에 등록했다"고 회상했다. 

변영혜 작가 개인전 'Go up to Bethel' 팜플렛
변영혜 작가 개인전 'Go up to Bethel' 팜플렛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난 후 그의 작품 세계는 180도 달라졌다. 그 전까지만 해도 마음가는 대로 그림을 그렸다면, 소명감으로 붓을 들었다. 변 작가는 1993년 개최한 첫 개인전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복음 메시지를 그림으로 표현해왔다. 

지금도 그는 성소에 들어가는 제사장이 물두멍에서 손을 씻듯 그림을 그리기 전에 붓·물그릇·그림접시 등 화구를 깨끗이 씻으며 성령의 인도를 구하고 있다. 그리고선 빈 화판에 손을 얹고 기도로 작업을 시작한다. 그가 작품활동을 일종의 예배와도 같다고 표현하는 이유다. 

변 화가는 "어떤 작품들은 몇달 동안 울면서 그리기도 한다"며 "물감이 아닌 눈물과 콧물로 그렸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내가 그렸지만 내 작품이 아니라 하나님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작품마다 놀라운 간증이 넘쳐난다"며 "한번은 불교 신자임에도 작품을 보고 예수 그리스도가 살아계심을 확신하게 된 이도 있다"고 했다. 

변 작가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었더니, "성경에 나오는 7대 절기를 그릴 것"이라고 답했다. 오순절을 시작으로 초막절·유월절·나팔절 등을 연이어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구약과 신약을 구속사라는 하나의 맥락에서 미술로 표현하고 싶은 소망도 있다고 했다.

또 작품에 담긴 성경 속 히브리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책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구약 속 이야기를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게 목표다. 

변 작가는 "혼란스러운 시대에 깨어있는 예술인으로 하나님의 영광과 아름다움을 계속해서 화폭에 담고 싶다"며 "믿지 않는 사람들도 미술을 통해 하나님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변 작가의 개인전 'Go up to Bethel'은 다음달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갤러리1에서 열린다. 

<데일리굿뉴스 = 크리스찬타임스>

저작권자 © 크리스찬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