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이 99세가 되었을 때 하나님께서 그에게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 너는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창 17:1). 결국 백세를 바라보는 아브라함에게 하나님과의 언약의 표징으로 할례를 할 것을 명하신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자신은 물론 열세 살이 된 이스마엘과 그의 집안에 있는 모든 남자들이 할례를 행하게 되었다.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순종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브라함에게 있어서 이 순간은 이삭을 번제로 드리라는 하나님의 말씀 만큼이나 순종하기가 어려웠을 걸로 생각된다. 남성의 성기 포피를 마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생으로 베어내는 일은 상상만 해도 고통스런 일이다. 팔과 다리살을 저민다면 그래도 견딜 수 있겠지만 신체상 가장 민감하고 신경이 집중된 부분을 맨정신에 도려내는 일은 정말 공포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구십 구세의 나이에 부부 관계 자체가 힘겨운 상황에서 자신의 포피를 제거한들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지 아브라함으로선 하나님의 말씀을 납득하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 놀라운 순종을 통해 아브라함은 백세의 나이에 아들 이삭을 얻게 된다. ‘전능하신 하나님’(엘샤다이)께서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는 말씀에 순복한 아브라함에게 상상 밖의 선물을 주신 것이다. 이삭의 이름처럼 ‘웃음’을 주신 것이다. 이런 ‘웃음’의 선물은 아브라함에게만 주신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이루고자 마음을 다하여 살아가는 하나님의 자녀들이라면 오늘날에도 하나님의 놀라운 선물을 받고 있음을 목도하게 된다. 
올해 팔십 초반이 되신 어느 한 목사님의 얘기이다. 그분은 목회보다는 목회자 양성에 부르심을 받고 신학대학원의 교수로 말씀 연구에 일평생을 보내신 분이시다. 50년의 연구 사역을 통해 책자도 많이 출간하시고 소그룹 성경 공부 인도를 통해 목회자를 양육하는 일을 자신의 사명으로 알고 열심을 다하셨고, 또한 부흥회 강사로도 유명세를 갖고 계실 만큼 정말 여러 가지로 흠모할 만한 인생 전반전을 사셨다고 생각되는 분이다. 그런 수십년의 교수 사역을 마치고 이제는 은퇴자로 애틀랜타로 이주하셔서 살고 있다.

그런데 이분이 신학교수 은퇴 신고를 처리하는 가운데 절망스러운 소식을 듣게 된다. 학교 행정처의 결정적인 업무 실수로 인해 이분이 마땅히 받아야 할 교수 은퇴 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십 년을 넘게 재직했으니 매월 상당한 금액을 받게 되리라 기대했던 연금인데, 하나도 받을 수 없게 되었으니 얼마나 허탈하고 안타까운 심정이었을까! 주변에서는 학교에 전적인 귀책 사유가 있기 때문에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분명히 이길 터이니 법에 호소하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분은 여러 가지 생각 끝에 학교에 대한 소송 생각을 접었다고 한다. 이유는 이십 년이 넘는 세월을 보낸 사랑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법적 싸움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고, 무엇보다도 고린도전서 6장의 말씀처럼 성도들 간에 송사하지 말라는 말씀이 그분의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평생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여태껏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이런 일로 하나님의 말씀을 떠날 수 없어, 자신의 권리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이해관계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최종적인 선택의 기준으로 택한 것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이분 참 너무 순진하고 어리석다’는 생각까지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몇 년 후에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하신 전능하신 하나님, 엘샤다이의 하나님을 따랐던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주신 것처럼, 모든 이해 관계를 떠나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따르고자 자신의 권리마저 내려놓았던 이분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하나님께서 은퇴 연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꺼번에 얻게 하셨다는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던 지역의 주택 가격이 (원래 그런 지역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 년 사이에 두 배가 넘게 뛰면서 큰 차익을 얻게 되었는데 그 금액이 자신의 연금 총액과 거의 비슷하더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영광을 지키고자 자신의 권리를 포기했던 그 교수님에게 하나님께서 놀라운 ‘웃음’을 선물하신 것이다.

믿음 안에서의 웰에이징은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는 말씀이 우리 의식과 마음 가운데 더욱 굳건하게 자리잡는 성숙의 과정이라 하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기 뜻대로’ ‘안락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 더욱 비대해지기 쉽다. ‘하나님 앞’에 자신을 살피기보다 ‘세상 앞’에 자신을 드러내기에 더 익숙해지는 것이 나이 들어가는 우리들의 보편적인 성품이다. 99세의 나이에도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자신의 포피를 베어낸 아브라함의 결단과 순종과 신실함이 우리 모두의 삶에 깊이 새겨지는 웰에이징의 여정이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린다.  

김재홍 목사 
웰에이징 미션 대표 (wellagingmission.com)
콜럼비아 신학대학원 (M.Div./Th.M./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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