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공격 후 경찰이 불타버린 크로커스 시청 근처를 지키고 있다.(사진: 스푸트니크)
테러 공격 후 경찰이 불타버린 크로커스 시청 근처를 지키고 있다.(사진: 스푸트니크)

러시아 복음주의자들은 일요일(24일) 설교를 통해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13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 공격을 규탄했다. 러시아 침례교 연합은 “하나님의 자비와 보호”를 위해 기도했고, 오순절 연합은 “비통함과 슬픔”을 표했다. 러시아 복음주의연맹 사무총장 비탈리 블라센코는 이번 사건을 “고통스러운 충격”이라고 부르며며, 테러에 대한 “무제한 복수”를 일으킬 수 있다고 염려했다.

지난 금요일(22일) 6,200석 규모의 크로커스 시청에서 최소 137명이 사망한 공격에 대해 아프가니스탄 호라산 지역의 ISIS 계 조직(ISIS-K)은 자신들이 배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기독교인을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이슬람의 적들과의 전쟁이라는 관점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크리스채너티 투데이(Christianity Today)에 따르면 이 단체는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7년 러시아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폭탄 테러에도 연루되어 있다. ISIS-K는 2015년에 파키스탄 탈레반보다 더 폭력적인 길을 모색하는 극단주의자들이 결성한 단체이다. 수니파 단체인 ISIS와 그 분파는 시아파 무슬림을 배교자로 간주한다.

이달 초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은 대규모 집회를 자제하라는 경고를 발령했다. 미국 관리들은 자신들의 정보를 러시아와 공유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분석가들은 ISIS-K가 점점 더 러시아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3월 17일 88%의 득표율로 재선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서구 정보통들이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주장하며, 이번 테러로 국가 애도의 날을 선포할 때 이슬람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 안전 보장 이사회 부의장은 우크라이나가 연루되어 있다면 관련 지도자들을 “추적해서 무자비하게 살해되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추측을 밝혔으나 배후에 대한 공식적 진술은 모호했다고 크리스채너티 투데이는 전했다. 또한, 주미 러시아 대사는 미국으로부터 사전 정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테러 공격에 어떠한 개입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비난을 돌리는 것이 푸틴의 전형적인 ‘깡패’같은 행동이라고 말하며, 푸틴 대통령이 자국민을 ‘소모품’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개입하지 않은 채 ISIS-K 단독으로 공격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용의자 11명을 체포했으며 현재 타지키스탄 출신 무장괴한 4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복음주의 소식통은 국가 간의 상호 비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도, 희생자들에 대한 동정, 하나님을 신뢰할 것과 복수하려는 충동에 저항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해 온 모스크바 신학교 부총장 알렉세이 마케비치는 “악이 지구 전체에 퍼지고 있다”면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평화를 주시고, 우리 중 누구도 악에 사로잡히지 않게 해주시길”기도했다.
익명의 러시아 반전 단체인 크리스천4피스(Christians4Peace)는 테러리스트의 잔학 행위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 기반 시설을 공격한 것을 비난했다. 이 단체는 텔레그램 계정에 “우리에게 적을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길 기도한다. 때때로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낀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복음주의 기관 페이트투쉐어(Faith2Share) 네트워크에서 봉사하는 러시아 정교회 지도자는 자신의 비공개를 요청하면서 이번 공격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절망감’을 언급하며, ISIS와의 연계가 공격자들의 출신지인 중앙아시아 이주민 공동체에 대한 태도에 더욱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타지키스탄에 거주하는 타지키 족 최대 150만 명이 러시아에서 일했으며, 이들 중 다수는 러시아 시민권을 갖고 있다고 크리스차니티 투데이는 덧붙였다.

복음주의 기독교 연합(Commonwealth of Evangelical Christians)사무총장이자 로잔 운동의 유라시아 지역 책임자인 파벨 콜레스니코프(Pavel Kolesnikov)는 이번 공격이 세상이 무너졌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비난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 아니다”라면서, 범인에 대한 추측을 자제했다. 또한, 잠언 25장 2절을 인용하며 이 일은 왕에게 있음을 암시했다. 그는 “악은 어느 곳에서나 누구에게서나 올 수 있으며, 모든 것을 해석하려는 사람들은 단지 그들의 자존심을 키우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 젤레노그라드 침례교회 목사인 콜레스니코프는 주일 설교에서 테러리즘을 다루었다. 그는 “아담 이후로 죄가 왕 노릇 하고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미래를 이상적으로 생각하며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보좌에 계시면서도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칼을 거두라고 명하셨다. 산상수훈은 적극적인 연민과 용서로 귀결되는 은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다윗이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는 기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콜레스니코프는 “두려움 속에 있거나 정의를 요구하거나 용서할 수 없다면 예수님께로 오십시오. 그분은 당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실 것”이라고 설교했다.
은퇴한 교회 저널리스트이자 1978년부터 이 지역을 취재해 온 미국과 러시아 복수 국적자 윌리엄 요더(William Yoder)는 러시아 복음주의자들이 미국 복음주의자보다 더 수동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 러시아에 거주하는 그는 보복을 요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대신 테러리즘은 자연재해라는 범주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요더는 테러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이 지역 사람들의 태도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호하신다”는 것에 초점을 둔다고 말했다. 그는 공격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누구이든 하나님께서 그들의 마음에 말씀해 주시기를 기도하고 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종교연구센터(Center for Religious Studies at the Russian Academy of Science) 소장 로만 룬킨은 ISIS-K에 대한 의구심을 전하며 “이번 공격에는 종교적 동기가 없다. 오히려 테러에 대한 반응으로 모든 종교 신자들은 하나로 연합되었다”고 말했다.
콜레스니코프 목사는 성도들에게 예수의 피가 우리의 궁극적인 희망임을 상기시켰다. 그는 부상자들을 돕기 위해 5,000명이 넘는 러시아인들이 9시간 동안 줄을 서서 자신의 물품을 기부했다고 말하면서, “우리의 임무는 지역사회에서 선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악을 물리치셨다. 그러나 악이 개인을 통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계속해서 나타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특정 국적의 탓으로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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